건약 “약가제도 개편, 재정부담·효과 검증 공백 키울 것”

입력 2026-03-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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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등재, 사실상 기존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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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을 두고 시민단체가 환자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재정 부담과 치료제 효과 검증 공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18일 ‘약가제도 개편안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개편안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의약품(복제약) 보험 약가를 인하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희귀질환 치료제와 혁신신약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제네릭의 가격은 낮추고 신약 선등재 후평가 체계를 도입해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건약은 이번 개편안에서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효과성 평가 없이 급여를 적용하는 ‘신속등재’ 제도가 사실상 기존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동근 건약 정책기획팀장은 “조건부 허가 의약품처럼 임상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신약이 급여로 먼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등재 후평가 방식은 사후관리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것이 문제”라며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어떻게 퇴출시키고 약가를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이 기존 약가 통제 체계에도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한국은 2006년 이전까지 신약 허가 시 대부분 급여가 자동 적용되는 구조를 운영했지만 약제비 급증과 비효율적 의약품 난립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포지티브 시스템 기반 선별등재 체계로 전환했다. 건약은 이번 약가 제도 개편안으로 선등재 후평가 제도가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약의 급여 등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약 가격이 매년 오르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근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는 연간 치료비가 1억원을 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일부 비급여 약제는 평균 2억7000만원 수준에 달한다.

이 팀장은 “신속등재 확대 시 수조원 단위의 추가 재정 지출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약 경제성 평가 기준인 점진적 비용-효과비(ICER) 임계값 상향도 대표적인 문제로 꼽혔다. 이로 인해 신약 가격 인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표시가와 별도계약 금액을 달리하는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와 적응증별 약가제 도입도 약가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가격 투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이 팀장은 “이중가격제와 적응증별 약가제는 국제적으로도 약가 상승과 불투명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특히 환자 접근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제도까지 확대되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건약은 대안으로 △경제성 평가 강화 △참조가격 의존 축소 △국제 공동 협상 체계 구축 △사후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캐나다·호주 및 아시아 국가와 공동 경제성 평가를 추진하고, 국가 간 약가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 등재 이후 주기적인 사후평가와 임상데이터 기반 재평가를 통해 약가를 조정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경제성 평가 신뢰도를 높이고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약가 상승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제약기업이 가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약가결정 구조를 견제하고 불분명한 약을 검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달 26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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