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항체 설계 기술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은 목표를 밝혔다. 단백질은 질병 발생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이에 따라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조절하는 기술이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신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설계되는 만큼 단백질 데이터 확보와 해석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로티나는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 기술로 단백질 빅데이터를 생산·활용해 항체 설계까지 확장하며 신약 개발 파트너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서울대 전기전자제어공학과 출신인 윤 대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 확산 이후 단백질 분석 분야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2015년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DNA 분석 이후 다음 단계로 단백질 상호작용(Protein-Protein Interaction) 연구가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해 카이스트 물리학과 재직 당시 교원 창업 형태로 회사를 설립했다.
윤 대표는 “당시 NGS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DNA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속도와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DNA 분석은 이미 해외 기업들이 앞서 있어 단순히 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단계인 단백질, 특히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분야를 준비한다면 미래에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은 항체 신약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우리 몸에 항체라는 단백질을 투여해 체내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조절함으로써 암이나 비만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단백질 정제 과정이 필요하고 분석 속도가 느려 대형 제약사라도 일주일에 약 10개 수준의 실험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프로티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SPID 플랫폼’을 구축했다.
윤 대표는 “SPID 플랫폼은 DNA를 재조합해 바로 세포에 전달하고 생성된 항체를 정제 과정 없이 칩에 바로 부착하는 기술이다. 보통 항체 발현된 배양액을 정제해야 하지만 이 과정을 생략해 실험 비용과 시간을 줄였다”며 “플랫폼 핵심 요소인 칩과 장비를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격 공장을 갖춘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주당 최소 1만 개에서 많게는 3만 개 수준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어 기존 방식 대비 수천 배 빠른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로티나는 현재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기술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공동 연구다. 현재 국가 연구 과제를 통해 항체 10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도 참여하고 있다.
윤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AI 및 SPID 플랫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항체를 설계하고 검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바이오 기업 3곳과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다수 기업과 공동개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초기 항체 설계와 검증을 담당하고 이후 제약사가 개발 단계로 이어가는 협력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회사의 주요 수익 모델은 SPID를 활용한 다국적 제약사 임상 검체 분석 서비스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두 곳과 계약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은 연간 두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수십억 원 규모 매출 사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현재 항체 신약 개발은 국내에서는 삼성 등 여러 바이오 기업과 협력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검증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사무소에 사업개발팀이 상주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협력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략은 항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항체 신약 개발이다. 프로티나는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 항체가 가장 앞서 있으며 자가면역질환 항체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윤 대표는 “회사 기술의 특징은 적은 양의 항체 투여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하고 체내에서 오래 지속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자가면역질환이나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유리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만 항체가 빠르게 개발 단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티나는 중장기적으로 AI 기반 항체 설계 기술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또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3~4개월마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3개의 물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개는 이미 사업개발 단계에 진입했다”며 “향후 AI를 기반으로 드노보(처음부터 새롭게) 항체 설계를 구현하고 글로벌 수준의 항체 신약을 개발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