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청년일자리 21.1만개 줄어
AI 고노출 업종 20.8만개 달해
미래 숙련 노동자 공백 발생 우려
"3~5년 후 전 산업 확산 가능성"

인공지능(AI)발 혁신의 파도가 노동시장의 ‘연공편향’을 심화시키며 청년들의 진입 사다리를 흔들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입의 보조 업무를 AI로 대체하고 숙련된 시니어 중심의 조직 운영을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고용 격차가 확대되는 등 세대별 노동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규 채용 일자리는 557만8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25만개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3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에서 8만6000개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도 청년층(15∼29세)이 AI 기술 확산으로 인해 가장 큰 고용 충격을 받고 있다. AI 도입 기업의 청년 고용은 2021년부터 증가하다가 2023년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를 보였다. 반면 AI 미도입 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일수록 신규 채용에 신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기존 근로자의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 때문에 기업들이 인력 감축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11월 하버드대 연구진이 10년간의 미국 이력서 약 6200만건과 채용 공고 데이터를 분석해 소셜사이언스 리서치 네트워크(SSRN)에 게시한 논문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 이후 기업의 주니어(경력 초기) 채용이 약 10% 감소한 반면 시니어 채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보고서 작성, 데이터 정리, 코드 검토 등 신입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기업이 경력자 중심 채용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고용 감소는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 등 생성형 AI에 많이 노출되는 직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에서도 ‘연공편향적 기술 변화’가 확인된다.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가 감소했는데 이중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으며 이 중 14만6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연구진은 AI 도입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기존 인력을 중심으로 한 연공 중심 고용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연 국가AI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한양대 교수)은 “AI 확산으로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변화는 신입 채용 축소”라며 “개발자와 변호사, 회계사뿐 아니라 콜센터 등 직무와 관계없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청년들이 갈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 채용 축소는 기존 인력을 해고할 때 발생하는 조정 비용을 피하면서 인력 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인적 자본 축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니어 단계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면 미래의 숙련 노동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자본주의에선 사람이 곧 비용”이라며 “주니어와 보고만 하는 중간 관리자가 사라지고 회사 안에 사람을 1명만 남기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남아 있던 시니어 세대가 퇴직하면 축적된 업무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대규모 해고가 시작돼 3~5년 뒤에는 이런 변화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