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샀다 물렸다"…핀플루언서 사기 노출 12배, 규제는 사각지대[핀플루언서, 금융 권력 되다 下-①]

입력 2026-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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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가들의 핀플루언서 규제 주요 현황(2024년 12월) (자본시장연구원 '최근 핀플루언서 영향력 확대에 따른 감독 강화 추세' 보고서)
▲해외 국가들의 핀플루언서 규제 주요 현황(2024년 12월) (자본시장연구원 '최근 핀플루언서 영향력 확대에 따른 감독 강화 추세' 보고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정보 채널로 부상한 가운데 이와 연계된 투자자 피해가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핀플루언서의 투자 조언을 따른 투자자가 사기 피해에 노출될 확률은 일반 투자자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상당수는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악용한 불공정 거래, 특히 '선행매매(선취매)'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 적발된 대표적 사례를 보면 텔레그램 비공개방을 운영하던 한 핀플루언서는 306개 중소형주를 선취매한 뒤 구독자들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이후 추종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오르자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약 22억7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검찰에 송치됐으며, 시세 차익 대가는 고점에 매수한 추종 투자자들의 손실로 전가됐다.

미등록·무자격자들이 유료 리딩방 등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며 발생하는 소비자 분쟁 피해도 극심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 소셜미디어 유료 투자 정보 관련 피해 중 '환급 지연’이 67%를 차지했다. 수익률을 과장해 회원을 모집한 뒤, 중도 해지 시 환불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식이다. 이 같은 기만적 영업 행태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불법 투자리딩방(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신고는 1만4629건, 피해액은 1조2901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건수도 2018년 132건에서 2024년 1724건으로 6년 만에 1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현상 배경에는 입법 및 규제 사각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다수 핀플루언서는 정식 금융투자업자가 아니어서 자격 요건이나 윤리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투자 권유'가 아닌 '단순 정보 제공'으로 규정해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내부통제나 사전 심의 절차가 부재한 상황에서 현행 당국의 대응 역시 행위 발생 이후 사후 적발에 머무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관련 제도 정비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핀플루언서들의 자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가상자산의 매매를 유인할 수 있는 조언을 하는 사람은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 및 수량을 공개해야 한다. 또 대가를 받고 특정 가상자산의 매매를 유인한 경우, 수령한 대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선행매매와 이해관계가 얽힌 홍보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무분별한 핀플루언서의 위협을 심각한 사회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제어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금융상품의 홍보 행위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최대 2년 징역형 및 무제한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산업규제청(FINRA)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금융 광고의 필수 명시 사항과 금지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사기성 금융 광고에 대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핀플루언서 자격시험 제도를 도입해 인증을 통과한 인물에게만 제한적으로 금융 관련 홍보 행위를 허용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역시 단순한 사후 적발이나 솜방망이 처벌 수준을 넘어 핀플루언서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잠재적 이해상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 편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또한 핀플루언서들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핀플루언서에 대한 강력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투명성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제도를 시행해 핀플루언서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팔로워의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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