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는 물러났지만 10%는 시작…통상 환경 더 복잡해졌다
업종 달라도 고민은 동일…“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지만 한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에 적용됐던 15% 상호관세가 법적 효력을 잃는 동시에 10% 대체 관세가 발표되는 등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전자·반도체, 철강·배터리, 자동차 업계 모두 전략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추가 관세 10%가 미국 동부시간 오는 24일 자정 1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10% 기본 관세를 새롭게 적용하는 구조로 통상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다. 법원의 위법 판단으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됐지만 관세를 활용한 산업정책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반도체 업계는 당장의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세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면서 미국 내 생산 확대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철강과 배터리 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정책 방향이 법원 판결과 행정부 의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만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내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 정책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요 전망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판결이 오히려 협상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관세 압박을 전제로 진행되던 통상 협상의 근거가 약해지면서 대미 투자 협상의 기준점 자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먼저 확정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투자 카드를 둘러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관세 정책의 종결이 아니라 ‘관세 없는 관세전쟁’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법적 제약 속에서도 미국이 투자 유치와 공급망 재편을 통해 산업정책 목표를 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 완화 여부보다 정책 방향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관세는 일부 후퇴했지만 산업정책 경쟁은 계속되는 만큼 글로벌 투자 전략과 공급망 재편 대응을 동시에 요구받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5% 상호관세는 법적 효력을 잃었지만 미국 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0일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글로벌 임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15%가 10%로 조정된 셈”이라며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권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통상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정치적 성과를 의식한 정책 변동 가능성도 커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