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보키' 등장이 한은에 주는 의미

입력 2026-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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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정치경제부 기자
▲배근미 정치경제부 기자

"보키(BOKI)야, 물가와 경기변동이 단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는데 관련 데이터를 찾아줘."

지난달 공개된 한국은행의 자체 생성형 AI '보키'는 일명 '한은사(寺)'로 불리던 보수적인 조직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켰다. 140만 건의 문서, 1900만 건의 시계열 데이터를 집어삼킨 이 시스템은 통화정책 판단을 위한 데이터 가공과 요약 업무를 단시간에 해냈다. 시연을 한 박정필 한은 디지털혁신실장은 "인간과 기계가 같은 언어로 중앙은행 업무를 이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세계 중앙은행 중 최초이자 새로운 접근 방식에 박수가 쏟아지지만 한편에선 긴장감도 감돈다. AI가 효율화한 빈 자리, '인적 구조조정' 이후의 한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다.

보키의 등장은 과거 수많은 조사역이 매달렸던 정형적 업무의 퇴장을 의미한다. 이는 데이터 분석이나 단순 번역, 리포트 초안 작성을 담당하던 인력들의 직무 재편과 조직 슬림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 같은 미래를 일찌감치 예고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2023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일자리 중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가 약 341만 개"라며 "의사, 회계사, 변호사, 연구원 등 전문직의 AI 잠식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AI 도입은 한은 내부 인력의 '전략적 재배치'를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단순 업무를 AI에 맡긴 만큼 숫자가 놓치는 사회적 맥락을 읽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을 강화하는 것이 한은의 새로운 숙제다. 기술이 아낀 시간을 활용해 고령화, 저출생, 잠재성장률 하락과 같은 구조적 난제를 짚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국가적 싱크탱크로서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졌다. 이는 이창용 총재가 취임 초부터 주창해 온 '시끄러운 한은'과도 궤를 같이한다.

'7인의 현인'으로 불리는 금융통화위원들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금통위원들은 '무거운 책임'의 영역을 담당한다. 금리 결정은 가계부채와 물가 사이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선택해야 하는 고도의 정치·경제적 행위다. 알고리즘의 오류로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기계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가 제시하는 정교한 항로 위에 인간의 책임 있는 판단이 나침반으로 더해질 때 '인공지능 전환(AX)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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