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로 신산업 투자에 어려움...한경협 “합리적 개선 이뤄져야”

입력 2026-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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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위배’라는 모호한 규정→ 형사처벌 남용 가능성
배임죄 폐지 후 필요 유형만 구성요건 구체화 및 ‘경영판단원칙’ 도입 대안 제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과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배임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기업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 왼쪽부터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안태준 한양대 교수, 신현윤 연세대 교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류혁선 KAIST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장진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경협)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과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배임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기업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 왼쪽부터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안태준 한양대 교수, 신현윤 연세대 교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류혁선 KAIST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장진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경협)

현행 형법상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상법상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배임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행 배임죄 규정이 기업의 경영 판단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세미나는 한경협이 주최하고 한국상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법경제학회, 한국기업법학회, 한국법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배임죄 등 경제형벌 합리화를 통해 신산업 투자 촉진해야”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금은 AI,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나, 배임죄로 인해 기업인들이 모험적 결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의 원천인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해 배임죄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도 인사말을 통해 “경제계가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경영판단원칙의 명확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부분은 여야, 당정 간 사실상 이견이 없다”면서 “배임죄 개편의 입법 형태가 어떻게 되든, 정상적 경영판단원칙을 배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반드시 포함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윤동운 대구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 형법상 배임죄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모호한 구성요건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배임죄 구성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검찰이나 법원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며 “경영상 손실이 발생하면 곧바로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업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형법상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해 경영 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판단 원칙은 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고 자신의 재량 범위 내에서 내린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과실이 있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이다.

▲한경협 표지석. (사진= 한경협)
▲한경협 표지석. (사진= 한경협)

"주주 소송 활성화… 기업 가치 하락시 책임 추궁해야"

이로 인해 ‘신의칙상주의 의무 위반’이 곧 범죄가 될 여지가 있는 구조가 되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행위인지 사전에 알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또한 ‘위험범’ 법리를 오남용할 수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현실적인 손해가 없더라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는 경영판단까지도 범죄로 몰아갈 소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민간 영역의 계약 위반 등도 쉽게 처벌이 가능한 ‘민사의 형사화’를 초래하여,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경영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주요국 사례를 비교해봐도 한국의 배임죄 규정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은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으며, 업무상 배임죄나 특별배임죄 가중 규정이 없다. 일본은 고의 외에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라는 엄격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한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규정 자체가 없고, 유사 조항이 있더라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토론에 참여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배임죄 개선 방안으로 주주 소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 의식을 높이고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배임죄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측면이 있다"며 “주주 소송 활성화를 통해 기업 활동을 보호하고 주주 권익을 증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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