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목수의 연장’은 실내건축 인테리어 목수(실목수)가 사용하는 52가지 연장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 류제형은 목수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연필부터 현대 건축의 필수품인 타카(못 쏘는 도구)까지, 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연장을 펼쳐놓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단순히 공구의 사용법을 나열하는 실용서를 넘어선다. 기술인은 연장을 능숙하게 다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연장 너머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조명한다. “목수는 왜 연필을 쓸까?”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기계톱의 도입으로 인한 실내 목수의 탄생 비화, 망치와 줄자에 담긴 역사 등 도구를 매개로 한 건축사와 문화사를 흥미롭게 짚어낸다.
특히 흔히 ‘노가다판’이라 비하되는 건축 현장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곳에서 발견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군 부대에서 유입된 ‘해방목수’의 유래나 일본에서 건너온 커터칼의 탄생 비화 등은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현장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도 살아있다. 연필을 귀에 꽂는 목수와 주머니에 넣는 목수의 차이, 줄자를 다루는 ‘손 바꿈’의 묘미 등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못을 뽑다 허리가 부러진 망치를 고쳐 쓰고, 흠집 난 공구를 ‘나이 먹은 물건’이라 칭하며 위로를 얻는 저자의 시선은 쉽게 쓰고 버리는 시대에 물건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자 류제형의 이색적인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1972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그는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기계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다. 1998년 인테리어 디자인 과정을 수료하며 현장 기사로 입문했으나, 2001년 목수로 전업해 20년 넘게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류목수’ 대신 ‘서목수(서대교)’라는 활동명을 사용한다. 서해대교에서 ‘해’자를 뺀 이름으로, 본명보다 어감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에는 한옥문화원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며 전통 건축으로도 식견을 넓혔다.
현재 그는 자신의 작업실인 ‘대교공방’을 운영하며, 2011년부터 블로그 ‘서목수의 목공이야기’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건축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연희동 사진관(2015), 충무로 존라멘(2019), 중화동 김세일치과(2020)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상의 풍경에서 놓친 삶의 의미와 노동의 가치, 어우러짐의 미덕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장이 사용되는 방식과 아름다운 건물이 탄생하는 과정은 우리 삶과 닮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