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이 '두쫀쿠'와 '성심당'으로 돌아왔다

입력 2026-02-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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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쫀득쿠키 이어 성심당 보문산 메아리가 헌혈의 집에

▲헌혈 비수기를 맞아 부산혈액원은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헌혈의 집 13곳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두쫀쿠'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열었다. 사진은 부산 헌혈의 집 서면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헌혈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헌혈 비수기를 맞아 부산혈액원은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헌혈의 집 13곳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두쫀쿠'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열었다. 사진은 부산 헌혈의 집 서면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헌혈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격한 추위는 매번 이곳에도 찾아옵니다. 겨울철 혈액 수급 불안은 해마다 반복돼왔는데요. 방학으로 학생 단체 헌혈이 줄고, 한파와 독감 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감소하면서 헌혈 참여가 급감하게 되죠. 올해는 상황이 더 겹쳤습니다. 독감이 예년보다 이르게 유행했고 전공의 복귀로 미뤄졌던 수술이 재개되면서 병원 혈액 수요는 오히려 늘었는데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전국 적혈구제제 혈액 보유량은 한때 3일분 수준까지 떨어지며 ‘관심’ 단계에 근접했습니다. 지역별로는 ‘관심’ 단계를 넘어 ‘주의’와 ‘경계’가 동시에 언급되는 곳도 나왔죠.

“이대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나온 판단

▲지난달 20일 인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헌혈의 집 연수센터에서 시민들이 헌혈하고 있다. 최근 겨울철 혈액 부족으로 실시하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증정 이벤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인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헌혈의 집 연수센터에서 시민들이 헌혈하고 있다. 최근 겨울철 혈액 부족으로 실시하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증정 이벤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혈액원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은 빠르게 공유됐는데요.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포스터와 공익광고, 반복된 호소가 더는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헌혈의 의미를 재설득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헌혈의집 문을 열게 할 ‘계기’가 필요했죠.

그 지점에서 등장한 것이 디저트 시장에서 이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던 ‘두바이 쫀득 쿠키’였는데요. 혈액원은 이 유행을 헌혈 현장으로 가져왔습니다. 특별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었죠. 대신 헌혈의집 입구에 간단한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헌혈하면 두쫀쿠 증정’.

짐작을 벗어난 엄청난 효과 ‘두쫀쿠’

▲지난달 29일 강원 춘천시 헌혈의집 강원대센터에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증정될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강원 춘천시 헌혈의집 강원대센터에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증정될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반응은 생각보다 빠르고 강했는데요. 서울동부혈액원 관할 헌혈의집에서는 두쫀쿠 증정 행사 당일 헌혈 인원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약 2.5배 늘었죠.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헌혈자에게 두쫀쿠를 제공한 결과, 일평균 356명이던 헌혈자가 10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는데요. 지난달 28일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두쫀쿠를 기념품으로 제공한 하루 동안 헌혈 건수는 730건으로, 평소 일평균(400~450건)보다 70% 이상 늘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혈액 보유량이 실제로 ‘관심’ 단계에서 ‘적정 재고’ 단계로 회복됐고요. 권소영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본부장은 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쫀쿠 이벤트 이후 국민 참여가 늘면서 적혈구제제 혈액 보유량이 5일분 이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죠.

특히 헌혈 경험이 없던 10·20대와 오랜만에 헌혈에 참여한 이들이 동시에 늘어난 점이 의미 있는 변화였는데요. 혈액관리본부는 앞으로도 디저트, 포토카드, 교환권 등 다양한 방식의 참여 유도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두쫀쿠’, 마음이 모아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에 전혈 혈소판 헌혈자에게 증정될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에 전혈 혈소판 헌혈자에게 증정될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두쫀쿠의 인기는 곧 새로운 문제를 낳았는데요. 바로 수급이었죠. 워낙 품귀 현상을 빚던 제품이다 보니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고 현장은 다시 움직였습니다. 부산에서는 혈액원 간호사들이 직접 카페를 찾아다니며 헌혈 취지를 설명했고 광주·전남에서는 적십자 봉사원과 간호사회, 헌혈 홍보 서포터즈가 모여 아예 두쫀쿠를 직접 만드는 봉사활동에 나섰는데요.

자영업자들의 참여도 이어졌죠. “좋은 일에 쓰였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수백 개 단위의 쿠키를 헌혈의집에 기부했습니다.

두쫀쿠 다음은 성심당

▲헌혈이 '두쫀쿠'와 '성심당'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
▲헌혈이 '두쫀쿠'와 '성심당'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

이 흐름은 곧 다음 단계로 이어졌죠. 충북혈액원은 12~13일 이틀간 관할 헌혈의집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에게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의 인기 메뉴 ‘보문산 메아리’를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 헌혈의집은 성안길센터, 충북대센터, 청주터미널센터, 가로수길센터, 충주센터 등 충북혈액원 관할 전 지점인데요. 헌혈자에게는 기존 기념품 1개와 함께 보문산 메아리가 제공되며 매일 선착순 300명에게 지급됩니다.

그친 적이 없던 헌혈

물론 과제는 남습니다. 인기 아이템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위험도 있죠. 헌혈의 공공성과 순수성을 해치지 않느냐는 질문도 따라오지만, 이번 겨울이 보여준 장면은 분명한데요. 헌혈 참여 감소는 이타성의 문제라기보다 “참여를 촉발할 계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점이죠. 두쫀쿠가 문을 열었고 성심당이 길을 넓혔습니다. 잠시 멀어졌던 사이. 이번 겨울, 헌혈은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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