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보조금 종료, 對美 전기차 수출 급제동 [비어가는 한국車 곳간]

입력 2026-0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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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기차 수출액 88% 급감
수출 미국 비중도 35%→4.6%
배터리 원산지 공급망 요건 제약
국내생산→美 수출 구조 깨져
현대차ㆍ현지 생산 가속도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전기차 보조금 종료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사실상 막히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수출 급감은 단기적인 통계 왜곡이나 경기 요인이 아니라 관세 대응 과정에서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이동한 결과라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의 수출·생산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 대수는 1만2166대로 전년 대비 86.8% 감소했다.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연간 기준 최저치다. 전체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6%로 떨어지며 전년(35.0%)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수출 시장 구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액 기준 감소폭은 더 크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결과 전기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전년 37억달러(약 5조원)에서 4억5000만달러(약 7000억원)로 87.8%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 감소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동차와 전기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영향이 수치로 확인된다. 자동차 산업이 대미 수출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통계의 특징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출 급감의 배경에는 관세와 보조금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1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종료했다. 여기에 배터리 원산지와 핵심 광물 조달 비중 등 공급망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과 판매 전략 모두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빠르게 확대했고 조지아주에 구축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전기차 공급 체계를 현지화했다. 그 결과 과거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물량 상당 부분이 현지 생산으로 대체됐고 대미 수출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미 전기차 수출이 막힌 것이 아니라 수출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와 보조금, 원산지 규정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한국 생산→미국 수출 모델 자체가 경쟁력을 잃었고 현지 생산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는 의미다. 미국 내 생산 여부가 판매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향후 통상 환경 변화에 따라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산업을 무역 대상이 아닌 국가 안보와 산업 전략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통해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와 생산을 유도하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한국산 전기차의 대미 수출 회복을 전제로 한 전략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대미 전기차 수출이 단기간에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관세와 보조금 정책이 유지되는 한 과거와 같은 수출 구조로 돌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더 이상 수출 시장이 아니라 생산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며 “국내 전기차 산업도 수출과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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