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 다변화, 국내는 체질 개선이 생존 과제
스테이블코인·법인 유치로 ‘거래량 가뭄’ 돌파 시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대금이 급감하면서 수수료 수익에 의존해 온 주요 거래소들의 위기감이 커졌다.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자, 거래소들은 단순 중개 모델에서 벗어나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법인 고객 유치 등 수익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일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총 거래량은 78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518억1000만달러) 대비 약 70% 감소한 규모다. 국내 거래소 수익의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경영 환경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수수료 수익 비중은 97.94%, 빗썸은 98.38%에 달했다.
이 같은 구조는 글로벌 주요 거래소와 대비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상장 초기 수수료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거래 수수료 비중을 50%대 중반 수준까지 낮춘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이자 수익과 블록체인 스테이킹 보상, 수탁 수수료 등 ‘구독 및 서비스’ 부문을 차기 성장 축으로 키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내 거래소들도 ‘거래량 가뭄’을 돌파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최근 업비트와 빗썸이 합성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e’를 나란히 상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USDe는 달러 가치에 연동되면서 파생상품 운용 수익을 기반으로 보상 성격의 이자를 제공하는 합성 스테이블코인이다.
과거 하락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뒤 은행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소 생태계 안에 묶어두는 전략이 부상한 것이다. 예치 자산 규모(AUM)를 유지해 수익 기반을 방어하려는 포석이다.
법인 계좌 유치 역시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다. 5대 거래소는 약 3500곳으로 추산되는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을 겨냥해 법인 전용 서비스 출시와 컨퍼런스 개최 등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법인 투자가 허용될 경우 장외거래(OTC) 데스크를 통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해져 단번에 개인 투자자 수만 명에 해당하는 거래량을 확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시장이 투기 중심 구조에서 제도권 금융으로 이동하는 만큼 거래소의 생존 전략 역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제는 거래가 없더라도 이용자가 플랫폼에 머무는 고착화 전략과, 단순 현물 거래를 넘어 법인 수탁과 파생상품에 준하는 안정적 수익 모델 구축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