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비율 상향 등 규제강화 나설 듯
인위적 시장 통제 ‘부작용’ 잊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방침을 직접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부동산시장을 향해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표현도 썼다.
추가 대책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면 오히려 집을 팔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 우려를 담은 기사를 공유한 뒤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언급했다.
마치 “강남 집 팔고 분당가면 많은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공분을 샀던 노무현 정부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당시 “퇴직했으니 수입이 있나…. 평생 땅 투기, 아파트 투기 안하고 착실하게 살아왔는데 너무 기가 막힌다”는 비난이 쇄도했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추후 보유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근 주가 상승세와 맞물려 부동산시장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머니무브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다주택 보유 부담을 강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지금 집값을 잡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강수를 뒀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새해 들어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진율을 강화하는 식으로 보유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구체적 방법론도 거론했다.
관심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차라리 집을 보유하겠다’는 시장 일각의 분위기를 겨냥해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나”고 한 발언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이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주택 처분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중장기적으로 꺼낼 수 있는 보유세 인상 카드로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기본공제액 하향 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도 이날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공정비율 상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최대 95%까지 올라간 공정비율을 60%로 낮췄다. 공정비율 조정은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9억 원인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6억 원으로 ‘원상복구’하는 방안도 카드가 될 수 있다. 더 직접적인 건 종부세 세율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다만 세율을 직접 건드리는 방안은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세금 인상 등으로 집값 상승을 초래했던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 통제는 부작용만 키운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입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24차례 부동산 정책 중 15차례가 규제정책이었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르는 것임에도 대출규제와 보유세 및 양도세 중과로 수요를 억제하는 등 규제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임대차3법과 조세3법 또한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다주택자와 가수요 모두를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다. 시장은 언제나 수요공급으로 가격이 형성되어야 하며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많으면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으로 시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정책임에도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해 시장을 정책으로 규제하고 끌고 가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이후 수시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간값)은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52%나 급등했다. 뒤늦게 공급을 중심으로 한 24번째 대책을 내 놓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시장을 이기려는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뒤죽박죽 만들어 서민들의 피해만 양산했다. 또다시 이런 정책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