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잠수함, 공급망 설계역량 시험대⋯‘민관 원팀’으로 수주 총력적 돌입

한국산 다연장로켓체계 ‘천무’의 노르웨이 수출을 기점으로 K-방산의 글로벌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단품 무기 수출을 넘어 공급망·정비·기술 이전을 아우르는 ‘산업 협력형 수출’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 육군이 추진하는 190억크로네(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LRPFS)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다연장 로켓 천무를 노르웨이에 공급하게 된다. 북유럽 국가 대상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유럽은 방산 시장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원칙이 강한 데다 성능보다 정치·산업 논리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천무가 북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낸 것은 납기 경쟁력과 가격 대비 성능이 동시에 검증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K-방산이 유럽에서 단발성 수출이 아닌 체계 공급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관심은 곧바로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으로 옮겨간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와 노르웨이에 다녀온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날 귀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은 잠수함 건조 능력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와 산업 협력까지 포함한 종합 역량을 갖춘 파트너”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총력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업 규모만 최대 60조 원대로 추산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 건조 계약이 아니다. 잠수함 운용 기간 전반에 걸친 MRO와 현지 생산, 기술 이전이 패키지로 묶인 장기 산업 협력 사업이다. 수주 여부에 따라 조선·방산·부품 산업 전반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방산 수출’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수출’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평가 항목에서 산업 기여도와 공급망 로컬화 비중을 높게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 이전과 현지 고용, 장기 MRO 체계 구축이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의 공급망 설계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강 비서실장은 캐나다 방문 과정에서 “이번 사업은 단순 방산 계약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망과 기술 경쟁력을 함께 보여주는 프로젝트”라며 “민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과거 기업 중심의 개별 수주 지원에서 벗어나 외교·산업·안보를 결합한 범정부 전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최근 캐나다 방문단에 산업부를 포함한 정부 인사와 재계 최고위급이 함께 나선 것도 이 같은 기조 변화로 읽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캐나다 정부 특사단에 합류해 지원에 나섰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수소 에너지 기술을 기반으로 현지 수소 생태계 조성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캐나다 현지에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현지 기여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PSP 수주를 위해 HD현대중공업 등 12개 기업이 총출동했다.
업계 관계자는 “천무 수출은 K-방산이 유럽 시장에서 실증 단계를 통과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제 관건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처럼 산업 협력과 공급망 이전을 요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