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짜 땅에 아파트만?”⋯용산ㆍ태릉 시장 반응 ‘미지근’ [1·29 주택공급 대책]

입력 2026-01-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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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방향 논쟁·태릉CC 주민 반발 리스크에 회의론

▲서울 용산정비창(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용산정비창(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도심에서 추진하는 이번 공급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용산 인근 공인중개사)

30일 오전 찾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는 매서운 추위에 다소 한산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서 최대 규모 공급지로 꼽혔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이번 대책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미군 반환부지인 캠프킴을 포함해 총 1만3501가구 공급 계획이 담겼다. 그동안 업무·상업 기능 중심의 개발 구상이 반복돼 왔던 지역인 만큼, 주택 물량이 전면에 등장하자 일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부동산 A공인중개사는 “인근 주민들 입장에선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중요한 알짜배기 땅에 아파트가 다 들어설 게 아니라 ‘업무지구’라는 이름에 걸맞은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부동산 B공인중개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는 지난 수년간 개발이 지체돼 왔는데 이제 서울시 차원에서 개발한다고 해 기대감이 좀 컸다”며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1만 가구 공급을 하겠다고 내세우니 혼란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상가에 위치한 중개사무소. (정유정 기자 oiljung@)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상가에 위치한 중개사무소. (정유정 기자 oiljung@)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최대 개발 사업이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여파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2013년 좌초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용산 정비창 일대를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을 열면서 10여 년 만에 사업 재추진을 알렸다.

현장에서는 특히 이 지역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중저가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B공인중개사는 “용산은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서 이쪽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굉장히 고가일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0억~15억 원대 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 있는 지역에서의 공급이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오면 집값에 악영향이 있을지 묻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구 차원에서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정부의 공급 계획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자치구와 주민 협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물량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며 "교육·교통·생활환경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주택 수만 늘리는 방식은 난개발과 갈등만 키울 뿐"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뉴스)

6800가구 공급이 예고된 노원구 태릉CC 인근의 분위기는 한층 냉담했다. 태릉CC가 이번 공급 대책에 다시 포함되면서, 기대감보다는 실제 사업 추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노원구 공릉동의 C공인중개사는 “(1·29 대책 발표 이후) 매매 문의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태릉CC 개발은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됐다가 멈춘 경험이 있어서 주민들도 쉽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태릉CC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8·4 대책에 포함돼 1만 가구 안팎 공급이 거론됐지만 개발제한구역 훼손과 공공임대주택 대규모 유입에 대한 거부감 등이 맞물리며 반대 여론이 확산됐고 사업은 표류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공급 규모보다는 개발 자체에 대한 반감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관건은 주민 반발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C공인중개사는 “과거에도 각종 논란이 쌓이면서 결국 멈췄던 곳”이라며 “이번에도 몇 년간 논의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설령 주민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더라도 절차적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는 태릉CC 개발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선행하는 조건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평가 결과에 따라 건물 높이와 배치가 제한될 경우 공급 물량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태릉·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되거나 접하는 개발사업은 면적 비율과 관계없이 HIA를 받아야 한다.

인근 부동산 D공인중개사는 “평가 자체도 변수지만 그 이후 행정 절차까지 감안하면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급 규모를 놓고도 ‘반쪽짜리’라며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D공인중개사는 “6800가구는 과거 정부 때도 논의됐던 수준”이라며 “이왕 태릉CC를 개발한다면 인접한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연계한 통합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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