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교사 책임”⋯안전 부담에 사라지는 수학여행

입력 2026-01-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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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은 수학여행단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은 수학여행단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시스)

초·중·고교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해마다 줄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3년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수련활동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 1331개교 가운데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773개교(58%)였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1150개교(86%)가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3% 감소한 수치다.

특히 초등학교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23년 598개교(98.8%)가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했으나 지난해에는 309개교(51.5%)로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수학여행(소규모테마형 교육여행)과 수련활동의 위축은 더욱 뚜렷하다. 초등학교 가운데 수학여행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80개교(13.2%)에서 2025년 41개교(6.8%)로 급감했다. 수련활동 역시 같은 기간 124개교(20.5%)에서 37개교(6.1%)로 줄며 체험형 교육활동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감소 폭은 초등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반적인 하락 흐름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331개교(85%)에서 2025년 291개교(75%)로 줄었다. 고등학교도 2023년 221개교(65%)에서 2025년 173개교(51%)로 감소했다.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활동은 잇따른 사 사고와 맞물리며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2022년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이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이어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생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교육계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속초 사고와 관련해 인솔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교원 사회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해당 교사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선고유예 판결로 형이 완화됐지만 유죄 판단 자체는 유지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확산했다.

교원단체들은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현 구조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속초 사고 선고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예측 불가능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시행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해당 조항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교조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만으로는 현장재판에서 교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면책 기준은 그 적용 범위와 요건이 명확하게 법령에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재정적 책임은 국가와 교육당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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