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은 안 먹힌다?⋯차트 '역주행'이 주류 된 이유 [엔터로그]

입력 2026-01-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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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KBS '불후의 명곡', 유튜브 채널 'KBS 레전드 케이팝')
▲(출처=KBS '불후의 명곡', 유튜브 채널 'KBS 레전드 케이팝')

요즘 음원 차트를 보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곡보단 이미 알고 있는 노래가 더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인데요. 발매된 지 수개월, 더 길게는 수년이 지난 곡들이 다시 상위권을 차지하고 신곡은 잠깐 얼굴을 비췄다 사라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죠.

한때 차트 역주행은 이변이었습니다. 잠자던 명곡이 뒤늦게 재조명되는 반가운 사건이었죠. 하지만 최근 가요계에서 역주행은 더 이상 이례적인 사건은 아닌데요. 오히려 차트의 중심이 되고, 신곡보다 안정적인 선택지로 소비되는 분위기까지 형성된 상황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의 문제가 아닙니다. 음악을 발견하는 방식, 소비하는 리듬, 그리고 흥행을 만드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탄으로도 풀이돼 눈길을 끌죠.

▲그룹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그룹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우즈 '드라우닝', 차트 붙박이 됐다…힙합·인디도 '역주행'

일단 지난해 연간 차트 정상에 오른 이는 가수 우즈였습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이 최근 발표한 '2025 국내·해외 연간차트 톱 100'에 따르면 국내 연간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우즈의 '드라우닝(Drowning)'이었는데요. 주목할 점은 '드라우닝'은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겁니다. 이 곡은 2023년 4월 발매된 노래죠.

'드라우닝'이 공개 후 약 1년 6개월 만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된 계기는 군 복무 중이던 우즈가 2024년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군복 차림으로 노래를 열창하는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꾸준히 조회 수를 끌어올리면서 29일 기준 2633만 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역주행 열풍에 힘입어 대중음악차트 써클차트의 2025년 연간 디지털 차트 정상에도 올랐는데요. 디지털 차트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컬러링 판매량 등을 종합한 음원 순위입니다. 스트리밍 수치만을 집계한 연간 스트리밍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룹 에픽하이 역시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노래는 이들의 수많은 명곡 중 하나,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Feat. Yoong Jin of Casker)'인데요. 무려 19년 전 발매된 곡입니다. 이 노래를 샘플링한 래퍼 식케이와 릴 모쉬핏의 'Lov3'가 주목받으면서 원곡이 다시금 인기를 끈 건데요. 이달 멜론 톱100 차트에 오른 건 물론,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0위를 기록했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다수의 플랫폼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역시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발매된 한로로의 EP '이상비행' 수록곡 '사랑하게 될 거야'는 2년이 지난 최근 순위를 점차 끌어올리며 이달 12~18일 수치를 집계한 멜론 주간 차트 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방송된 Mnet '라이브 와이어'에서 무대를 선보인 후 화제를 모은 이 곡은 그해 10월 처음으로 멜론 주간 차트 톱 100에 진입, 꾸준히 순위가 상승한 바 있죠.

▲2025년 멜론 연간 차트. (사진제공=멜론)
▲2025년 멜론 연간 차트. (사진제공=멜론)

데이터 뜯어보니…맥 못 추는 신곡 점유율

이 같은 흐름은 체감에 그치지 않고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써클차트 디지털 톱400을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가 분석한 결과, 발매 18개월 이내 신곡 비중은 45.9%로 나타났는데요. 18개월 이내 신곡 점유율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건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24년 7월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발매 6개월 이내로 범위를 좁히면 23.8%, 발매 3개월 이내 최신곡 점유율은 14.1%까지 줄어들었는데요. 그만큼 따끈따끈한 신곡이 차트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신곡의 체류 기간도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발매 직후 상위권에 안착한 뒤 수 주, 길게는 수개월 간 순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공개 직후 반짝 주목을 받은 뒤 빠르게 밀려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차트 상위권이 '새 얼굴'보다 '익숙한 이름'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 배경에는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특정 구간만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신곡 전체를 탐색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거나 알고리즘이 띄운 곡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음원 플랫폼 역시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추천곡 기능을 강화하면서,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 발매된 곡들을 감상하는 환경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리스너들의 '선택 피로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줬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곡이 쏟아지는 음원 공급 과잉 시대에, 대중에게 새로운 음악을 탐색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즐거움인 동시에 일종의 '노동'이 됐는데요. 불확실한 신곡에 모험을 걸기보다 이미 대중성이 검증된 곡을 선택해 실패 없는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차트의 공식이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사진제공=어센틱)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사진제공=어센틱)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이는 가요계 소비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과거에는 발매 시점과 동시에 흥행 여부가 결정됐다면, 이제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재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도 해석되는데요. 팬덤과 커뮤니티, 라이브 무대와 콘텐츠를 통해 곡의 생명력이 연장되는 구조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숏폼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는 곡 전체의 완성도보다 특정 구간의 중독성이 먼저 평가되면서 발매 직후 주목받지 못한 신곡은 재도전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음악성보다 알고리즘 적합성이 흥행을 좌우하는 구조로 옮겨가면서 실력 있는 신인이나 실험적인 시도가 설 자리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지적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요. 알고리즘을 우려해 모험적인 기획보단 검증된 공식만 우선한다면 차트 생태계는 급격히 단순해질 수 있다는 거죠.

차트의 고착화 역시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특정 곡이 상위권을 장기 점령하면서, 신곡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대중성과 화제성이 이미 확보된 일부 곡에 소비가 집중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 흐름을 새로운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기존 곡을 어떻게 다시 꺼내고 어떤 맥락으로 재소비시키느냐가 신곡 발매 외의,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메이크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과거 명곡을 현시대 감성으로 재해석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을 확보하는 건 물론 이미 성공이 증명된 IP를 활용해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주요 역량으로 부상했는데요. 신곡의 불확실성을 '익숙함'이라는 무기로 돌파하려는 선택과 같습니다.

결국 역주행은 우연이 아닌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2026년의 가요계가 신곡 경쟁뿐 아니라 보유한 음악 자산을 얼마나 오래, 그리고 다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관점에선 기존 음악 자산을 다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된 셈이죠.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가요계에서 신선한 히트곡을 탄생시킬 동력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방증합니다. '안전한 과거에만 안주하는 시장에서 파격적인 신인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지점이죠. 2026년의 가요계가 미래의 명곡이 될, 새로운 창작의 '역동성'까지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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