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해시태그]

입력 2026-01-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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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춥다”는 출근길 한숨이 도무지 끝나지 않는 요즘입니다. ‘극한 한파’라는 문구가 위기감이 아닌 익숙함으로 다가올 정도죠. 2주간 이어진 이 한파,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올겨울 북반구의 겨울이 유난히 거칠어졌습니다. 한국에선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2주일 가까이 이어졌고 일본 홋카이도에는 하루에 50㎝가 넘는 눈이 쏟아져 공항과 철도가 멈췄죠. 미국에선 겨울 폭풍 뒤에 몰려든 혹한으로 사망자가 속출했고요.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는 “도시가 눈에 파묻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수미터급 눈더미가 일상을 덮었습니다. 모두 다른 곳에서 비슷한 ‘극단적 겨울’을 겪고 있는데요.


▲한파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강추위가 이어진 뒤 주말 무렵 예년 수준의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파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강추위가 이어진 뒤 주말 무렵 예년 수준의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번 한파가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만으로 설명이 끝나지 않기 때문인데요. 빠져나길 길이 없는 ‘막힌 추위’가 체류 중인거죠. 베링해 부근에서 강한 고기압이 자리 잡는 ‘블로킹(막힘)’ 패턴이 나타나면서,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 부근에 오래 머무는 조건이 만들어졌는데요. 그야말로 거대한 벽에 막혀 바람길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원하게 흐르지 못하고 냉기가 한자리에 눌러앉아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벽은 왜 생긴 걸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트기류’인데요.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기압계 이동이 느려졌고 이로 인해 고기압이 한반도 인근에 머무는 정체 패턴이 나타난 거죠.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미우스카야 광장 인근에 쌓인 거대한 눈더미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TASS/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미우스카야 광장 인근에 쌓인 거대한 눈더미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TASS/연합뉴스)


제트기류는 하늘 높은 곳(대략 대류권 상층)에 형성되는 강한 바람의 띠인데요. 이 바람길이 비교적 곧고 강하면 북극 찬 공기는 북쪽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는 남쪽에 ‘경계’를 두고 머물게 되죠. 그런데 제트기류가 약해지거나 크게 굽이치면(물결치듯 흔들리면) 경계가 흐트러지고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올 틈’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북극 상공의 극소용돌이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극소용돌이는 북극의 찬 공기를 묶어 두는 거대한 순환 구조로, 이 힘이 약해질수록 제트기류 역시 안정성을 잃기 쉽습니다. 실제로 올겨울 동아시아와 유럽 곳곳에서 동시에 한기가 내려온 배경으로 제트기류의 굴곡과 약해진 북극 소용돌이가 언급됐는데요. 기후 과학자 시어도어 키핑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제트기류가 덜 강해지고, 그 결과 한기가 파도처럼 남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대기의 흐름이 흔들리면 특정 지역은 오히려 더 극단적인 추위와 폭설을 겪을 수 있다는 거죠.

제트기류의 굽이침이 고기압 정체와 맞물리면서 추위는 잠깐 지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장기 한파로 이어지는데요. 이번 겨울 추위가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같은 한기라도 어디에 부딪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데요. 한국에선 장기 한파로, 일본에선 폭설로, 미국에선 눈폭풍 뒤 혹한과 정전으로, 러시아와 중국에선 수미터 폭설·극저온으로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홋카이도 삿포로는 이번에 “폭설이 내렸다”는 표현을 넘어섰죠.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신치토세공항에서 교통이 사실상 끊기며 약 7000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적설과 강설 기록도 ‘평년 대비’가 아니라 ‘통계 이후 최고치’가 언급될 만큼 컸는데요. 일부 보도에선 삿포로의 적설이 1m를 넘기며 최근 12시간 강설량이 1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죠.


▲26일(현지시간) 미국 버몬트주 워즈버러에서 주민이 겨울폭풍 ‘펀’ 이후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버몬트주 워즈버러에서 주민이 겨울폭풍 ‘펀’ 이후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헤이버힐에서 주민이 겨울 폭풍 이후 눈에 파묻힌 차량을 파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헤이버힐에서 주민이 겨울 폭풍 이후 눈에 파묻힌 차량을 파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또한 덮친 초강력 눈폭풍과 한파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2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14개 주에서 최소 38명이 숨졌고, 55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사망 원인도 다양했는데요. 저체온·노출, 제설 중 무리로 인한 사고, 얼음판 사고 등이 뒤섞였습니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주택 대부분이 극심한 추위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는데요. 많은 주민이 이런 겨울 날씨가 동반하는 다양한 위험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죠.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비상사태부가 캄차카 지방 언론에 공개한 영상 화면에서, 캄차카주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폭설 속 제설 및 구조 작업을 벌이는 러시아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비상사태부가 캄차카 지방 언론에 공개한 영상 화면에서, 캄차카주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폭설 속 제설 및 구조 작업을 벌이는 러시아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에선 눈이 ‘쌓인’ 수준이 아니라 ‘도시를 가렸다’는 표현이 나왔는데요. 로이터 등에 따르면 12월에 이미 기록적인 적설이 있었고 1월에도 추가로 2m가 넘는 눈이 내리며 건물 입구가 막히고 차량이 파묻혔죠. 현지에선 신호등 옆 눈더미 위를 사람들이 걷는 장면이 찍힐 정도였는데요. 가디언의 ‘웨더 트래커’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짧은 기간에 1.8m 이상 눈이 쏟아지고, 바람 때문에 눈더미(드리프트)가 3m를 넘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북부와 서북부 지역은 영하 40도 안팎의 극한 한파를 기록했고 평소 눈이 거의 내리지 않던 상하이에도 적설이 관측됐죠.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한파 언제까지…한국·일본·미국·러시아 '극단 날씨' 이유는? (출처=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이번 한반도 한파는 주말께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점차 누그러지더라도 당분간 평년보다 낮은 기온 흐름이 이어질 수 있죠.

북반구 곳곳에서 같은 유형의 피해가 동시에 터진 이번 겨울은 ‘추위 자체’보다 추위가 시스템을 건드리는 방식에 경각심을 불러왔는데요. 공항이 섬이 되고, 정전이 재난이 되고, 눈더미가 도시의 출입구를 봉인하는 ‘극한 날씨’. 이번 한파가 비단 한국만의 뉴스가 아닌 이유는 상공 어딘가에서 바람길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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