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Sports):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활동. 신체 활동을 비롯하여 도구 혹은 동물의 힘을 빌려 하는 여러 운동과 게임이 포함.
본디 여가를 뜻하는 옛 프랑스어 ‘desport’에서 따온 말인 스포츠. 이를 업(業)으로 삼은 이들 사이에서 ‘근본’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스포츠에 그 업이 가당키나 하냐는 비아냥과 함께 말이죠.
“야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축구 국가대표 김남일의 한마디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오래된 금기를 다시 건드렸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속 도발성 멘트였지만, 파장은 예능의 범위를 훌쩍 넘었죠. 단순한 말실수나 웃자고 던진 농담으로 치부되기엔, 이 발언이 불러낸 기억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데요.

24일 공개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예스맨’에서 김남일은 새 멤버로 합류하며 전 야구 국가대표 윤석민과 처음 대면했습니다. 사전 인터뷰부터 “야구 선수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정도만 안다. 윤석민은 누구냐”고 말하며 상대를 직접 겨냥했는데요. 촬영 현장에서도 그는 윤석민을 앞에 두고 “솔직히 축구 말고는, 특히 야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죠. 윤석민은 즉각 “국내 프로야구 관중이 1200만 명이다. 프로 스포츠 기준으로는 축구보다 훨씬 많은 팬이 찾는다”고 맞섰는데요. 다른 출연진이 예능적 호응을 더하며 스튜디오는 웃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청자들은 그 발언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향한 ‘레저 스포츠’ 프레임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신태용(전 울산HD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구는 레저다. 배 나온 선수가 어떻게 운동선수냐. 경기 도중 짜장면 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야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축구의 격렬함을 강조하는 맥락이었지만, 해당 발언은 이후 30년 가까이 야구를 폄하하는 단골 레퍼토리로 소비됐는데요.야구선수들을 비하하는 키워드가 해당 인터뷰에서 파생됐고 지금까지도 인터넷상에서 야구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문구로 남아 있죠.
2000년대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은 반복됐습니다. 이천수는 2003년 “난 야구가 싫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당시 그는 메이저리거 박찬호 중계로 K리그 방송이 밀린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었지만 야구 혐오 발언으로 기억됐죠. 또 2022년 유튜브 영상에서 “자식에게 시킬 운동” 이야기가 나오자, 이천수는 야구를 언급하며 “뚱뚱해도 할 수 있으니까”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인 바 있는데요. 함께 있던 이근호가 당황해 해명에 나섰지만, 불은 이미 붙은 뒤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쌓이며 야구 팬들은 불쾌감을 격하게 드러냈는데요. 축구를 향한 야구계의 공개적인 폄하 사례는 찾기 어려운 반면, 축구계 인사들의 야구 비하 발언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태도도 비판받았죠.
이번 논란이 유독 크게 번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야구 팬들은 경기력 비판이나 국제대회 성적 지적에는 익숙한데요. 그러나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엄연히 다르죠. 이는 성과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종목 자체의 정체성과 선수들의 직업을 부정하는 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팬들 역시 자신이 선택하고 응원해 온 대상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해당 논쟁은 자연스럽게 ‘덩치’로도 이동했습니다. 2025시즌 KBO리그는 정규시즌 기준 1231만2519명의 관중을 동원했는데요. 입장 수입은 2046억 원으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돌파했죠.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각각 160만 명, 150만 명이 넘는 홈 관중을 기록했고 새 구장을 연 한화는 전년 대비 50% 넘는 관중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관중, 수익, 시장 반응 모두 역대 최고 수준으로 그야말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죠.
같은 해 K리그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는데요. K리그1·2를 합쳐 입장 수입 46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료 관중 300만 명을 3년 연속 돌파했죠. 하지만 덩치가 너무 차이가 나는데요. 4배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질투심’이라는 질책이 뼈 아픕니다.

야구를 폄하하는 논리는 대개 활동량에서 출발하는데요. 축구처럼 쉼 없이 뛰지 않는 덜 힘든 운동, 그저 레저일 뿐이라는 거죠. 그러나 스포츠를 달리는 거리로만 정의한다면 사격, 양궁, 골프, 테니스 역시 애매해지는데요. 야구는 순간적인 폭발력과 정교함, 반복되는 긴장 속에서 오는 멘탈 소모가 극심한 종목입니다. 144경기를 치르는 시즌 구조 자체가 체력과 집중력을 동시에 요구하죠.
현역 야구인들의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두산 베어스 출신 투수 권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야구가 몸이 편해 보여서 쉬운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며 “편해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그만큼 경쟁은 더 잔인하다”고 밝혔는데요. “공 하나, 타석 하나가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며 야구는 몸보다 멘탈이 먼저 무너지는 스포츠”라는 그의 말은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김남일의 발언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죠.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상 수위 높은 발언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건데요. 그러나 공인의 말은 맥락과 무관하게 사회적 파문을 낳게 됩니다. 특히 반복된 역사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더욱 그런데요.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존중’이죠. 팬들은 묻습니다. “예능이라는 이유로 타 종목을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불러도 되는가”라고요. 만약 반대로 축구를 향해 ‘세금 리그’라고 조롱한다면 과연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을까요?

이번 논쟁은 결국 ‘야구가 힘드냐, 축구가 힘드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백만 명이 돈과 시간을 들여 선택한 종목을 향해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죠. 관중과 시장은 이미 답을 내놓았습니다.
스포츠는 서로를 깎아내릴 때 강해지지 않죠. 각자의 방식으로 땀을 흘리고, 각자의 팬 앞에서 최선을 다할 때 존중받습니다. 야구든 축구든, 농구든 그 어떤 스포츠도 동일한데요. 이번 논쟁이 누가 옳았는지를 가리는 싸움으로 끝나기보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예능은 웃고 넘길 수 있죠. 다만 그 웃음이 동료 스포츠인을 향한 존중까지 가볍게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