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 보유량 순위가 최근 1년 새 세계 39위로 한 단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은은 여전히 신중론을 고수하며 2013년을 끝으로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고 있다.
27일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104.4t(톤)의 금을 보유해 세계 중앙은행 중 금 보유량 39위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3위)과 유럽중앙은행(ECB·14위)을 포함하면 41위까지 뒤쳐진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 수준이다. 이는 홍콩(0.1%), 콜롬비아(1.0%) 등에 이어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4307억 달러로 세계 9위(지난해 11월 기준)인 것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가 낮은 것은 오랜 기간 금 매입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의 금을 추가로 사들인 이후 올해까지 13년째 총량을 104.4t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2018년 말 33위였던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도 2021년 34위, 2022년 36위, 2024년 38위, 2025년 39위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작년 한 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추이를 살펴보면 폴란드 중앙은행이 95.1t을 사들였고 카자흐스탄(49.0t)과 브라질(42.8t)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미국의 금 보유량이 8133.5t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독일(3350.3t), 이탈리아(2451.9t), 프랑스(2437.0t), 러시아(2326.5t) 순으로 파악됐다.
중앙은행들의 '골드러시'는 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 자산 매도 우려가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가 급격히 강화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금과 은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은은 금 추가 매입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금이 채권이나 주식 등과 비교해 유동성이 낮고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김중수 전 총재 시절 경험한 금값 폭락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내놓는다. 한은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외환보유액 다변화 등을 위해 금 90톤을 매입했으나 금 가격이 2013년을 기점으로 폭락해 당시 국감 등에서 평가손실에 대한 강한 질책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