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다양성 볼모 잡는 ‘합당의 민낯’

입력 2026-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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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정치경제부장
▲장효진 정치경제부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극소수의 독단적인 결정에 따른 민주당 내 갈등이 내홍으로 번지고, 주도권을 둘러싼 양당 간의 기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가장 시끄러운 곳이다. 늘 그렇다. 이슈는 넘치지만 해법은 부족하고, 말은 많지만 책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란은 반복되지만 숙의의 시간은 드물다.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증폭시키는 구조가 소란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민주당과 혁신당의 통합 이슈도 정치적 셈법이 앞서며 또 하나의 소음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이 멈춰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왜 한국 정치 구조에서는 새로운 정당이 등장할 때마다 결국 ‘합쳐야 사는 선택지’로 몰리는가이다. 이 질문은 민주당과 혁신당 통합 성사 여부보다 중요하다.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한다. 우리 국회는 다당제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거대 조직만 살아남는 틀로 짜여 있다. 새로운 정치 실험은 출현과 동시에 통합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민주당과 혁신당 통합 논란이 한국 정치가 아직 다양성을 감당할 체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양당 중심의 ‘승자 독식’ 구조가 굳어졌다. 비례의석은 제한적이고 지역구도 사실상 양당 경쟁이 고착화 돼 있다. 신생 정당이나 소수 정당이 장기적으로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 돌풍은 늘 그렇듯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 혁신당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약진했지만, 교섭단체 요건(의석수 20석) 미달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불리한 상임위원회 배분은 혁신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성장의 경로’인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소수당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실험적 의제들은 거대 정당의 주류 논리에 묻혀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다당제가 안착한 독일은 여러 정당이 장기간 독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당 생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협상력이다. 프랑스, 네덜란드도 ‘연정’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 정치가 갈등과 반목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들 국가는 협상을 통해 해법부터 찾는다.

민주당과 혁신당 통합이 ‘6‧3 지방선거’ 전략으로 유효할지 모른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우리 정치 토양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선진국들의 의회가 연정을 통해 민주주의의 폭을 넓힐 때 한국은 효율성을 앞세워 선택지를 단순화하고 있다. 연정을 야합이나 임시방편으로 취급하지 말고 선진국처럼 협약서가 국정 운영의 공식 문서가 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합당하지 않고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정당의 개성은 유지되면서도 국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사를 되짚어보면 정당 통합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치는 공약과 정책의 경쟁이 아니라 세력의 몸집을 키우는 싸움으로 변질해왔고 부작용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당리당략의 대가는 결국 유권자들인 국민이 치르게 된다. 무엇보다 ‘거대 야당 아니면 거대 여당’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 큰 정당이 아니라 더 다양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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