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에 매출 3.5배 부담금 부과…法 "비례·평등 원칙 위반"

입력 2026-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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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해당성 인정…부담금 부과는 취소
법원 "흡연 억제·기금 조성 효과 없어"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전자담배 용액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더라도, 부담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액을 크게 웃도는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을 뒤늦게 부과한 것은 비례·평등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임모 씨 등 담배사업자 5명과 법인 1곳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기타 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이들 사업자에게 부과한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 씨 등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 소재 A 공사가 생산한 액상 니코틴 원액으로 제조된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 용액을 수입하면서, 니코틴이 '연초의 뿌리·대줄기'에서 추출됐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이는 2016년 기획재정부가 '연초의 잎이 아닌 뿌리·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후 형성된 업계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들의 총 수입 횟수는 61회, 수입 규모는 약 617만mL에 달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해당 전자담배 용액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원료로 한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며, 임 씨 등에게 각각 수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이 넘는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을 뒤늦게 부과했다. 이에 임 씨 등은 부담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 전자담배 용액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A 공사로부터 동일한 액상 니코틴을 수입한 다른 사업자들과 관련된 선행 사건들에서 해당 니코틴이 연초의 대줄기가 아닌 잎에서 추출된 것으로 인정됐고, 그 판결들이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임 씨 등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이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담금 부과 처분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위법하다고 봤다.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은 제도상 담배 제조자나 수입판매업자가 판매가격에 부담금을 포함시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정부의 유권해석과 통관 관행 속에서 부담금이 전혀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임 씨 등이 담배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부담금을 전가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임 씨 등에게 부과된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이 이 사건 전자담배 용액 판매로 인한 매출액을 초과하고 약 3.5배에 달해 사실상 납부가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복지부 처분은 직접 흡연 및 간접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줄이거나 국민건강 증진 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부담금의 목적에 기여하는 효과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임 씨 등이 전자담배 용액이 담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감추거나 허위 서류 작성에 관여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 공사가 송부한 서류를 토대로 정상적인 통관 절차가 이뤄졌고, 해당 서류가 위·변조됐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전자담배 용액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취한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 부과 방식과 그 결과는 비례·평등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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