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진료가 의료법상 정식 제도로 편입되면서 국내 의료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시범사업을 거쳐 법적 근거를 확보함에 따라, 환자·의료기관·플랫폼 사업자 모두가 장기적 설계와 투자가 가능한 제도권 의료서비스로 자리 잡는 길목에 섰다.
본지는 최근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 선재원·손웅래 대표를 만나 법제화 이후 달라질 의료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나만의 닥터를 전 국민 건강을 아우르는 종합 의료플랫폼으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관련 법이 발의된 후 15년 만이다.
선재원 대표는 “비대면진료가 의료법에 명시된 것은 의료서비스 체계의 큰 전환이다. 코로나19 한시 허용과 시범사업 기간에는 법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컸고 초진·재진, 처방·약 배송 등 핵심 서비스 설계가 제한적”이었다며 “법제화는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해 장기 설계와 투자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시적 허용에서 논의만 이어지다 공식 제도가 된 점은 산업계에 긍정적이다. 손웅래 대표는 “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수가와 비즈니스 모델은 정부와 협의해야 할 과제다. 법제화로 ‘터’가 마련됐으니 향후 실행력 확보가 진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에 뛰어든 계기는 의료현장의 비효율과 접근성 한계에서 비롯됐다. 선 대표는 “의료서비스는 예약·대기·이동·재방문 등 반복적인 시간이 낭비되는 구조다. 의료 취약지, 고령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의료 접근성은 편의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짚었다. 따라서 코로나19 기간 비대면진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의료 혜택을 준 경험은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의료 체계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시공간 제약 없이 진료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플랫폼이 단순히 진료를 매개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창업 이유를 소개했다.
법제화 이후 달라질 비대면진료 방향에 대해 두 사람은 공통으로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조했다. 선 대표는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예측 가능한 진료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대면과 비대면을 연계하는 ‘하이브리드 진료 모델’이 보편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의료기관은 대면 진료와 비대면진료를 병행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적 활용을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손 대표는 “법제화 이후 비대면진료의 실효성과 효용성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과거와 달리 많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진료 건수와 사용자 수가 코로나 피크(대유행) 때보다 크게 늘었다. 당시보다 진료 건수는 3배, 실제 사용자 수는 5~10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쟁점은 약 배송과 처방 제한 문제였다. 손 대표는 “비대면으로 진료는 받았지만 환자가 직접 약을 받으러 가야 하는 구조는 효용을 크게 떨어뜨린다. 환자들의 가장 큰 불만 역시 약 배송과 관련돼 있다”며 “진료는 비대면, 약은 직접 수령하는 현 체계는 비대면 서비스의 ‘완결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선 대표는 “단순히 초진·재진 여부로 규제를 나누기보다는 환자 상태와 의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유연한 약 배송 허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약사와 연계한 복약지도 체계, 안전한 배송 프로세스를 플랫폼 차원에서 설계해 복약 오류와 안전사고를 줄이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논의에서 화두는 ‘안전성’이다. 선 대표는 “환자의 병력·투약 이력·알레르기 등 핵심 의료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으면 진단과 처방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돼야 하고 비대면진료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를 자동으로 선별할 수 있는 트리아지(응급상황 시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료진이 환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성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손 대표는 “의사와 약사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하고 갈등보다는 상생을 지향하는 운영 원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시범사업 기간동안 비대면진료는 외래 진료 대비 0.2~0.3% 수준에 불과했지만, 제도화 후 발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선 대표는 “단순 처방을 넘어 데이터 기반 팔로우업(Follow-up), 생활관리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의료경험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상생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자의 케어 플랜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초진 허용 범위 확대가 시장 성장의 분기점이다. 해외에서는 규제를 단순 금지 중심에서 ‘안전 요건 충족 시 허용’ 방식으로 전환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도 점진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군과 질환군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면진료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역할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나만의닥터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비대면 섬닥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유인 도서에서 마을회관에 비대면진료 인프라를 구축해 기본 진료와 재진 관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고령화 시대 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의 설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손 대표는 “국민 대부분이 아직 한국에서 비대면진료가 가능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막혔다는 생각이 많다”며 “환자들에게 또다른 옵션이 있다. 의료접근성이 제한돼 약을 거르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이 알려야 한다.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언급했다.
특히 두 사람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수단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비대면진료는 선택권을 주는 수단이지 대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화로 사회적 오해를 해소하고 순기능을 알리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건강관리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 의료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선 대표는 “나만의닥터는 예약부터 처방·약 수령까지 하나의 앱으로 연결하는 원스톱 체험을 기본으로 한다”며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과 복용 이력, 알레르기 정보 등을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 마이데이터를 연동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진료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플랫폼은 체중·혈당·혈압 등 일상 건강 데이터를 관리해 예방적 의료 서비스로 확장하고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AI) 홈닥터를 통해 복약관리·생활습관 코칭까지 제공한다. 선 대표는 “비대면진료의 한계를 넘어 환자의 생애 전반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의사 입장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안전하고 정교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환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만성질환 환자의 연속적 진료를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중장기 비전은 분명하다. 손 대표는 “‘나만의닥터’라는 이름처럼 전 국민 건강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비대면진료를 넘어 생애주기별 건강 데이터 관리, 예방·만성질환 관리, AI 기반 건강 코칭까지 아우르는 개인 맞춤형 의료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 대표 역시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료 접근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