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위 참석은 검토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회에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재건 등에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영자지 저팬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내각 안보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위원회 가입 요청을 받고 참여를 논의했다”면서 “미국 내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10억 달러를 평화위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을 발표하며 제안한 것이다. 이후 그 범위를 전 세계 갈등 해결로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 다보스 현지에서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을 열 예정이며, 최대한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약 50개국에 초청장이 발송됐으며 이중 약 35개국 정상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이날 알렸다.
초청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의장을 맡으며, 위원회는 세계 평화 증진과 분쟁 해결을 임무로 한다. 회원국의 임기는 3년으로 제한되지만, 위원회 활동비로 각 10억 달러를 지불하면 영구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22일 모스크바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의 회담에서 이를 더 자세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미국 내에 동결된 나머지 자산도 전투로 피해를 입은 지역 재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ㄱ브했다.
푸틴의 이 같은 제안은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지 못하는 자금을 활용해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고,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 판을 다시 한번 흔들고 국제사회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는 러시아의 입지에도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규모가 약 40억~5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제안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자금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약 3000억 달러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유럽에 보관돼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지속한 데 책임을 물어 러시아의 금융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작한 지 거의 4년이 다 되어 가는 현재까지도 전쟁 기조를 바꿀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국과 교역 상대국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 확대는 피하려 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경제·사회적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작년 2월 기준 향후 10년간 약 5240억 달러로 추산됐다. 재건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겨울 우크라이나 전력망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혹한 속에서 수백만 명이 난방과 물 공급 없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기로 수락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가입 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국제사회 동향을 추가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외무부 장관이 받은 문서를 검토하고 전략 파트너국들과 협의한 뒤에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에 공식 답변하겠다고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