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차 “한미 핵잠 합의에 중국 횡포 더 거세질 것⋯집단 억지가 해법“

입력 2026-01-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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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일ㆍ호주ㆍG7과 집단 경제 억지 협정 조직해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지정학·외교정책 부문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사진 챕처)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지정학·외교정책 부문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사진 챕처)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추진에 대한 미국과의 합의로 중국의 횡포가 과거보다 더 거셀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미국, 일본, 호주와 나머지 다른 주요 7개국(G7)들과 협력해 ‘집단적 경제 억제 협정’을 조직해 대응해야 한다고 미국의 한국계 한반도 전문가가 제안해 주목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지정학·외교정책 부문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빅터 차는 21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 ‘한국은 중국에 맞설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추진 잠수함 협력에 관한 전례 없는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세부 사항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 합의는 미국의 기술과 연료를 제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도록 하거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이를 개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서울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해군 전력 고도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한국은 이 잠수함을 북한 선박을 추적하는 데 활용하겠지만, 중국 함정 역시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을 격분시킬 현실”이라며 “한미 간 핵추진 잠수함 합의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더욱 공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이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등을 이유로 중국 내 한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거나, 희토류 광물 수출을 통제하거나,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중단하는 것 등의 사례를 여럿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인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대중 관계 개선이 경제적 번영의 핵심이며, 한반도 안정의 원천이자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안보적 균형추라고 여겨왔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점점 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드러나는 지금, 이러한 전략적 인식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억제하는 데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확대를 방치했고, 유엔 안보리의 비확산·인권 제재 이행을 거부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도 막지 않았다”면서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단상에 선 장면은 중국의 충성이 한국이 아닌 권위주의 국가 축(axis)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상호관계도 이제는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1990년대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했고, 중국은 이를 조립해 완제품으로 수출했다. 이제 중국은 이러한 중간재 생산에서도 한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한국이 의존하는 희토류 같은 공급망 자원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타이어·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가격 덤핑을 통해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고, 산업 스파이 사건도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차 교수는 더 나아가 중국이 서해를 조용히 군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빅터 차는 “한국이 중국에 맞설 정치·경제적 역량이 부족하지만 집단적으로는 충분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의 최선의 선택은 미국·일본·호주 및 다른 G7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집단적 경제 억지 협정을 조직하는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 협정은 한 나라에 대한 강압을 모두에 대한 강압으로 간주하고,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하게 자동 보복이 이뤄지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집단적 경제 억지 협정의 목적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고, 목표는 단순히 중국의 강압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어느 단일 국가도 보복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하에 이웃 국가들에 대한 위협과 압박에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 왔다”고 비판했다.

모범 사례로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겨냥했을 때, 유럽연합(EU)은 2023년 12월 ‘반강압 수단’을 도입해 대응했고, 이후 다른 회원국을 겨냥한 유사한 강압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알렸다.

특히 빅터 차는 한국이 미국ㆍ일본과 함께 중국의 압박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새로운 협력을 위한 토대도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체결된 미·일, 미·한 무역·투자 협정에 따라 2029년 1월까지 한국(3500억 달러)과 일본(5500억 달러)은 조선·반도체·에너지·핵심 광물·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총 9000억 달러를 미국 제조 역량에 투자할 예정이다”이라면서 “이 세 나라는 중국이 70% 이상 의존하는 327개 품목(231억9000만 달러 규모)을 통해 G7 및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에 행사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2027년 G7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중국의 경제적 괴롭힘을 막기 위한 집단적 경제 억지 협정 조직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미국 중국의 강압 전술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예정된 베이징 방문 시 시 주석에게 직접 미국의 반대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는 일본이나 한국을 겨냥한 압박이 계속될 경우 비용이 따른다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는 동시에, 미·한 핵잠 합의에 대한 한국 보복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한미일은 G7 파트너들과 협력해 중국의 무역 의존도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어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협력에는 대가가 따른다”면서 “중국은 반드시 대응할 것이며, 그럴 경우 삼각 협력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한국을 집중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그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 대상이 된 모든 국가—특히 한국·미국·일본—가 함께 행동할 때에만, 지금까지 제어되지 않은 중국의 압박 공세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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