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PE) 대표이사(CEO)들을 직접 소집했다. 최근 사모펀드(PEF)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시장 영향력 속에서 PE 업계의 ‘신뢰 회복’과 ‘생산적 금융’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단기 수익 중심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 성장기업 육성과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이 원장 주재로 기관전용 PE 12곳 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박병건 PEF협의회장(대신 PE 대표)을 비롯해 한앤코, IMM, UCK파트너스, 글렌우드, VIG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운용사(GP) 대표들이 참석해 PEF의 사회적 역할 및 책임 강화 방안과 업계 건의 사항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참석 GP부터 기존 간담회와 결이 달랐다. 금감원은 참석 GP를 직접 선정해 개별 통보하는 방식으로 준비한 가운데, 국내 최대 PE인 MBK파트너스를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고려아연 이슈가 불거졌던 당시에는 포함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지배구조 내홍을 겪고 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불참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2025년은 PE 산업이 여러 어려움을 겪은 한 해”라며 “일부 운용사의 불법·부당 행위로 오랜 기간 쌓아온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발행과 관련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지적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시장 질서 유지와 사회적 책임 이행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인망식 규제 대신 리스크가 집중된 영역을 정밀 점검하는 '핀셋 검사'를 실시하고, 준법감시 지원과 컨설팅을 통해 운용사의 자율규제 역량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기관전용 PE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GP에 대 감독 체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개선안에는 위법 행위를 저지른 운용사(GP)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포함한 등록 취소, 내부통제 기준 및 준법감시 체계 강화, 대주주 적격성 요건 신설 등이 포함됐다. 또 출자자(LP)에 대한 정보 제공을 구체화해 시장 규율을 보완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PE 업계에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로 과도한 차입이나 복잡한 거래 구조에 기대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딜(거래)을 발굴하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를 통해 혁신을 창출하는 투자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또 내부통제 실태 점검과 준법감시 기능 강화를 통해 자율규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CEO들의 책임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특히 단기 수익만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과도한 비용 절감이 사회 안전망을 흔들 수 있다며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책임투자 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해서는 PEF가 혁신 기업에 대규모 자본 뿐 아니라 경영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모험자본 공급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에 업계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한 국가 핵심 산업 육성에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해외 PE와 동일한 형태의 투자에 대해서는 국내 PE만 규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규제 설계를 건의하고, PEF 관련 법규 개정 시 국내 PE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업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업계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운용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자들로부터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