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플랫폼도 흔들린다…‘책임 이사회’의 확산 신호 [이사회의 역설中①]

입력 2026-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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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책임경영 시험대
AI윤리ㆍ중처법 등 경영부담 작용
총수들 등기임원직 14.5% 줄어
직함만 유지⋯미등기임원 남기도
"겸직 줄고 책임은 회피하는 역설"

국내 대기업 이사회가 거센 ‘책임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부터 인공지능(AI) 윤리, 중대재해처벌법에 이르기까지 비재무적 리스크가 이사회의 법적 의무로 편입되면서, 과거 ‘명예직’으로 통하던 이사직은 실질적인 처벌 위험이 따르는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이러한 부담을 반영하듯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겸직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기업 지배구조가 책임 경영의 시험대에 올랐다.

1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5년간 등기임원 비교가 가능한 49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총수가 맡은 등기임원직은 2020년 117개에서 2025년 100개로 1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오너 친인척의 등기임원 등재 건수도 360건에서 358건으로 소폭 줄었다.

상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등기임원직 자체가 실질적 법적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총수들의 참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총수의 등기임원 등재 여부는 오너의 책임경영 의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그동안 동일인의 과다 겸직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으며 의결권 판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49개 그룹 가운데 23곳은 여전히 총수가 2곳 이상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으며, 이 중 6곳은 4곳 이상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를 모태로 성장한 그룹에서 총수의 등기임원 겸직 규모가 두드러졌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16곳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우오현 SM 회장(12곳), 조현준 효성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각 5곳)이 뒤를 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로 등기이사에게 형사 책임이 직접 귀속되면서, 총수가 ‘회장’이나 ‘고문’ 직함만 유지한 채 미등기임원으로 머무는 사례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포함해 DL·한국앤컴퍼니·DB·이랜드·삼천리·태광·유진·하이트진로그룹 등 총 14개 그룹 총수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에게는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피하는 ‘꼼수 경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IT·플랫폼 업계에선 이사회 구성의 딜레마가 특히 두드러진다. AI 윤리, 개인정보 보호, 보안 등 다양한 외부 리스크가 빠르게 등장하는 가운데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이사회 구성은 쉽지 않다. KT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심 해킹·보안 사고 대응과 CEO 선임 절차 논란이 겹치며 이사회가 실질적 감시 기능을 수행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사외이사 자격 상실, 의결 요건 미달, 반복된 낙하산 인사까지 겹치며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등기임원 과다 겸직이 의결권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이 퍼지며 겸직은 줄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 책임은 회피되고 있다는 구조적 역설이 작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든 사내이사든 이름을 올리는 순간 실질적인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사회는 외형만 유지한 채 실질적 책임은 점점 회피하는 구조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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