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디지털자산 규제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독점'과 '가상자산 거래소 소유분산(지분 제한)' 방안이 한국 시장을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최한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먼저 1세션에서는 '은행 중심(지분 50%+1주) 컨소시엄' 방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마차 사업자에게 자동차 사업권을 주는 꼴"이라며 △은행권 독과점 심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리스크 전이 △글로벌 고립 등 '4대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은행 주도 컨소시엄이 실패할 경우 그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대안으로 기술 기업이 주도하고 은행은 수탁만 맡는 '기능적 분리형' 등 경쟁 체제 도입을 제안했다.
산업계 위기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은행이 발행 시장을 독점하고 전 과정을 통제하면 혁신 기술 기업들은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침해하고 특정 산업(은행)에 특혜를 주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나정 라이크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현행 은행법상 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소유하려면 4개 이상의 은행이 참여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된다"며 현실성 없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2세션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규제(대주주 지분 제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발제를 맡은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해외 주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나 바이낸스는 창업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구조"라며 "차등의결권까지 허용하며 경영권을 보장하는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만 지분을 쪼개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매체결, 수탁, UI/UX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IT 플랫폼 기업"이라며 "공공적 성격이 강한 증권거래소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위적인 지분 분산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해 결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서는 지배구조 규제의 법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계적으로 지분율 상한을 두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혁신 산업에서 지분 집중은 성장의 결과물이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도 "창업 초기부터 지분 분산을 강제하면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가 위축되고, 창업자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가 차단된다"며 "이는 결국 유망한 스타트업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자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입법 속도전과 시장 신화적 제도 설계를 강조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이 늦어지면 시장은 해외로 이동할 것"이라며 "혁신과 안정이 조화를 이루는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스테이블코인이든 AI든 한 발 뒤처지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성을 강조했고,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인공지능(AI) 시대와 정확히 대응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혁신과 안정의 조화를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