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 한 청문회장에서 나온 날 선 발언입니다. 한국 정부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급파해 "오해를 풀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 의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공격적입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한국이 약속을 어겼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청문회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기업을 한국 법으로 제재했는데, 왜 미국 의원들이 '마녀사냥'이라며 보호막을 치고 나선 걸까요. 쿠팡 사태가 단순한 공정거래 이슈를 넘어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장벽에 직면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명백하게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쿠팡에 대한 한국 당국의 규제를 콕 집어 '차별적 조치'의 대표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발언 수위가 가장 높았던 건 캐럴 밀러 하원의원(공화당)입니다. 그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와 김범석 의장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심지어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을 두고는 "검열법"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한국의 입법권과 사법권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셈입니다.

수전 델베네 하원의원(민주당)은 "내 지역구인 워싱턴주(시애틀)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한국 당국이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은 시애틀에 대규모 기술·엔지니어링 오피스를 두고 있습니다. 결국 델베네 의원 입장에서 쿠팡은 자신의 표밭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구 기업'인 셈입니다.
쿠팡 측이 이 점을 파고들어 미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쳤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쿠팡은 미 행정부와 의회에 "한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이 합의문을 근거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나 망 사용료 논의, 그리고 이번 쿠팡 제재가 모두 '합의 위반'이라고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규제이므로 차별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여한구 본부장이 직접 대럴 아이사 의원 등을 만나 설득했지만, 미국 측은 '규제 자체가 장벽'이라는 인식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밀러 의원은 지난해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부당하게 규제하면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개입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쿠팡 사태가 자칫 미국의 '무역 보복'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쿠팡이 쏘아 올린 공은 이제 법정 다툼을 넘어 한미 통상 외교의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과연 한국 정부는 '법 앞의 평등'과 '동맹국의 통상 압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미국 의회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은 쿠팡과 우리 정부의 줄다리기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