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대상 확대·심사 지분율 기준 하향·그린필드 포함 등 제언

주요국이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외국인투자(FDI) 안보 심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제도를 개선해 전략기술 유출과 제3국의 우회투자·우회수출 기지화, 공급망 교란 등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외국 인투자 안보 심사는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필요 시 제한이나 조건을 부과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외로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은 총 110건, 이중 국가핵심기술은 33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는 약 23조2700억 원에 달한다. 기술 유출은 특히 반도체(38%),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등 국가 전략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유출 방식도 과거 인력 스카우트 중심에서 벗어나 소수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해외 연구개발센터 구축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가 기술·데이터·핵심 인프라 확보의 주요 통로로 부상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외국인투자 안보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을 제정,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권한을 확대하고, 인수합병(M&A)뿐 아니라 핵심기술·핵심시설·민감정보(TID) 기업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와 군사시설 인접 부동산 취득까지 심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필드 투자까지 안보 심사 범위에 포함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EU는 2023년 경제안보전략에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채택했으며, 2024년에는 그린필드·간접투자 포함과 심사 대상 산업 확대, 회원국 제도 도입 의무화 등을 추진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악의적 사이버 활동이나 제3국 우회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별도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 의결권 지분 50% 이상을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에 한해 안보 심사를 적용하고 있어, 주요국에 비해 심사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 안보 심의 대상을 데이터·핵심 인프라·공급망·광물·디지털 기반 등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분야까지 확대하고, 안보 심사 대상 기준을 지분율 50%보다 낮추거나 경영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심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린필드 투자와 자회사를 경유해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지배 투자도 심사 범위에 포함하도록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기술 협력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약한 고리가 되지 않도록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공급망 연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