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의 군수 동맥이 부산으로 들어왔다. 전투함의 뒤를 받치는 4만 톤급 군수지원함이 영도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전장이 열리고 있다.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 톤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이 12일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함정은 HJ중공업이 지난해 12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로부터 수주한 첫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대상 함정이다.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규모로, 미 해군 전투함 등에 최대 6천 톤의 탄약·식량·건화물과 2천4백 톤의 연료를 보급할 수 있는 군수지원함이다. 이날 입항 과정에는 부산항 도선과 예인선 등 항내 관공선이 투입돼 북항 방파제부터 조선소 접안까지 안전 항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HJ중공업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정비 작업에 착수한다. 각종 장비와 설비에 대한 점검과 유지·보수를 거친 뒤, 오는 3월 함정을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단순 정비를 넘어, 국내 조선소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시험받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해양방위산업체 1호 기업인 HJ중공업은 2024년부터 MRO 시장 진출을 준비해 온 끝에 지난해 12월 미 해군으로부터 첫 사업을 수주했다.
조선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MRO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79조 원 규모로, 이 가운데 미 해군 MRO 시장만 연간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이어 HJ중공업이 세 번째로 미 해군 MRO 사업을 따냈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협력을 통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중국 해군력 증강을 견제하기 위한 '골든 플릿(황금함대)' 계획 승인으로 조선·방산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서 미국 국방부가 함정 정비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역량을 활용하는 지역 정비 지원 체계(RSF)를 도입한 점도 국내 조선소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HJ중공업은 이번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발판으로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향후 전투함과 호위함까지 정비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한 척의 함정이, 부산 조선소에서 산업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