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도 치솟는 환율 ‘백약이 무효’⋯“스페이스Xㆍ오픈AI 상장 시 서학개미 러시”

입력 2026-01-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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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개입, 관세청 단속, 양도세 완화 등
각종 대책에도 13일 1473.7원 주간거래 마감
한국경제 기초체력 약화 신호⋯1500대 대비를

백약이 무효다. 당국의 개입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달러 가치의 판단지표인 달러인덱스(DXY)가 여전히 기준점을 밑돌고 있지만 원화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환율은 경제성장 원동력인 산업계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만큼 전방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뉴노멀’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3원 상승한 1473.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3일(1483.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468.5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1474.9원까지 뛰었다. 2022년 1300원대(연평균 1292원)를 밑돌던 환율은 지난해 1422원으로 3년 만에 130원 이상 올랐고 올들어 오름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해외 투자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하락(환율 상승) 시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환율 1% 상승만으로도 영업이익률이 0.36%p 떨어지는 등 충격파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당국은 환율 안정화를 위해 다각도로 대응 중이다. 외환당국은 고강도 구두개입과 수급 대책을 마련했고 관세청은 무역업체 대상 불법 외환거래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환율 안정 지원을 올해 관세청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불안정한 대외 경제 환경 속에서 불법 무역·외환거래를 엄정하게 단속해 외환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자금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마련했다. 증권사에는 해외주식 마케팅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달러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 1400원 후반대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특히 서학개미와 기관 등 대외 투자자금 확대가 환율 상승의 주 요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 차원에서도 달러로 나가는 돈이 많다고 인지하고 있어 수급에 대한 우려 심리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후퇴하는 것은 사실이고 수출 기반인 제조업 형태 등도 펀더멘털 약화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근래의 환율 흐름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훼손을 반영한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공감한 것이다. 그는 다만 "거시건전성 자체는 양호하다"고 선을 그었다.

환율 고점 수준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드러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여전히 달러화 가치가 약세인 데다 정부 당국에서 언제든지 추가 조정에 나설 수 있다"면서 "1470원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1480원대로 오르는 우상향 기조는 지속되겠으나 1500원대 진입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도 "경제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국내 환율 극단치, 이른바 최후 저항선이 1485원대"라며 "환율이 해당 구간에 막혀 내려온 전례가 지난해 연말을 비롯, 수차례에 걸쳐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 가능성을 크게 봤다. 그는 "정부의 연간 대미투자 200억 달러 지출과 해외 대형 기업공개(IPO) 등이 예정돼 있다"며 "올해 스페이스X나 오픈AI, 두 회사만 IPO를 진행하더라도 국내 서학개미들이 적극 투자에 나설 것이고 상당한 자금이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부의 반복된 환율 개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에도 환율 방어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데다 한정된 외환보유고 속 무한정 개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문 이코노미스트도 "정부 개입 효과를 보려면 약달러 심리와 정책이 동반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 시점이 지연된 상황"이라며 "정부의 개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대외환경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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