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금은 대학병원으로, 위기는 지역으로… 종합병원들 "의료질 평가, 지금 구조부터 바꿔야"

입력 2026-01-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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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에서 열린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2026년도 정기총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제공)
▲10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에서 열린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2026년도 정기총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제공)

정부의 의료 지원금이 대학병원에 집중되면서 지역 거점 종합병원들의 경영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원금 지급 체계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정작 평가 기준은 대학병원에 유리한 단일 잣대로 운영되는 '제도적 모순'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는 1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에서 열린 '2026년도 정기총회'에서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질 평가 기준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이날 총회에는 정근 회장과 김동헌 회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질 평가 기준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이원화하고, 500병상 이상 지역 거점병원에 대한 지원을 실질화하라"고 요구했다.

"지원금은 따로, 기준은 같이?"… 구조적 불공정 지적

대한종합병원협회는 현행 의료질 평가 지원금 체계의 구조적 불평등을 문제 삼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질 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단가 체계는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논문 실적, 전공의 수 등 대학병원 중심의 단일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로 인해 지역 종합병원들은 의료 서비스의 질과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지역 의료를 떠받치고 있어도 4∼5등급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지원금 체계가 이원화돼 있다면 평가 기준 역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분리돼야 한다"며 "종합병원의 역할과 특성에 맞는 기준이 도입된다면, 현재 하위 등급에 묶인 지역 거점병원들도 1∼2등급으로 올라설 수 있고 이는 곧 경영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가 병상 수가 곧 지역 의료 역량"

협회가 제시한 핵심 대안은 '허가 병상 수'의 평가 반영이다. 연구·교육 중심 지표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지가 지역 의료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는 주장이다.

특히 500병상 이상을 운영하는 지역 거점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종합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고 있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이들 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치료의 최전선이자 지역 의료의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500병상 이상 대형 종합병원은 지역 의료의 최후 보루"라며 "정당한 등급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 배점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0배 격차의 현실… "지역수가 없이는 지역 의료 없다"

지원금 격차의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재 1등급 대학병원은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약 2만8000원의 지원금을 받는 반면, 5등급 지역 병원은 480원에 그쳐 격차가 최대 60배에 달한다. 협회는 이 같은 극단적 차별이 지방 의료 붕괴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근 회장은 "간판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환자를 얼마나 중하게 돌보고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지역수가 신설과 의료질 평가 기준 이원화를 통해, 국민 누구나 사는 곳에 관계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이날 채택한 대정부 성명서를 보건복지부와 국회,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전달하고, 앞으로도 지역 거점병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의료 지원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일 것인지, 그 선택이 지역 의료의 미래를 가를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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