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빛을 수집한 사람들’

입력 2026-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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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택 연필뮤지엄 관장

인상파! 한국 사람들이 애호하는 미술 사조다. 그러나 그 출발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외면받던 화가들의 반란이었다. 형태적 완성도도, 사실적 묘사력도 당시 아카데미 화풍과는 비교조차 어려웠다. 제대로 된 전시장에 들어설 수도 없는 이류들의 외침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만의 빛과 감각을 믿었다.

그들 작품을 보고 언론은 “참 인상적”이라며 비웃었고, 바로 그 조롱이 ‘인상파’라는 이름이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모네의 초기 대표작 ‘인상, 해돋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어떤 설명을 붙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변방에서 출발한 혁신’이었다는 점이다.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는 파리를 가로지른 센강이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북서쪽 유역이다. 고흐가 말년에 머문 오베르-쉬르-우아즈는 노르망디의 동쪽, 파리 외곽이지만, 모네가 살며 정원을 가꾼 지베르니, 성당 연작의 무대가 된 루앙, 스승 부댕을 만난 르아브르, 부댕의 고향 앙플뢰르, 그리고 예술가들이 몰려든 에트르타까지, 인상파의 자취는 이 일대에 촘촘히 남아 있다.

에트르타 해변은 시시각각 풍경이 달라진다. 코끼리 형상의 기암절벽, 바늘바위, 모네의 ‘에트르타의 석양’에서 보인 자연의 경이. 한순간 햇살이 쏟아지다가도, 이내 비바람이 몰아친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빛과 그림자가 화가들을 유혹했다. 인상파가 ‘빛의 예술’이 된 것은, 노르망디 햇살이 준 필연이었다.

노르망디 최대의 도시, 루앙도 빛의 무대였다. 이곳은 수백 년 된 고딕성당의 역사보다도 모네의 성당 연작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1892년 모네는 성당 맞은편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젤 앞에 서서, 캔버스를 바꿔가며 빛의 변화를 포착했다. 그렇게 약 15점의 연작이 탄생했다.

카메라의 줌 렌즈로 한 장면을 고정하듯, 모네는 성당의 한 면을 붙잡아 빛의 입자를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두텁게 칠한 물감, 색채의 해체와 원색의 병치, 형태보다 느낌을 택한 화가의 결연함. 여기서 인상파의 본령이 드러난다. 객관에서 주관으로, 형태에서 감각으로, 규범에서 새로운 빛의 질서로.

인상주의는 회화에서의 계몽(啓蒙, 빛을 비추어 깨우쳐 줌)이었다. 세계를 빛으로 다시 쓰겠다는 선언이자, 모던과 현대를 잉태한 혁명이었다.

리먼 브라더스 가문의 후예이자 수집가였던 로버트 리먼은 금융계에서는 거인의 이름을 지녔지만, 프랑스 미술 앞에서는 주변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눈을 믿고, 아직 저평가되어 있는 인상파 작품들을 조용히 사들였다. 훗날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전시에서 그의 컬렉션이 호평을 받으면서, 그 안목은 증명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리먼 브라더스는 모기지 사태로 붕괴했다. 기업은 사라졌지만, 수집가의 안목은 남았다. 1970년 그 수집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되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변방에서 출발한 인상파가 결국 빛으로 세계를 바꾼 것처럼, 비주류였던 로버트 리먼의 수집 역시 또 다른 ‘빛’이 되었다.

인상파를 추억하려면 노르망디를 빼놓을 수 없다. 노르망디는 빛의 땅이다. 그 빛이 풍경을 빚고, 예술을 빚고, 결국 역사를 빚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끝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빛이다. 그 빛이 시대를 건너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조용히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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