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퍼스트와 AI네이티브는 같은 AI 전략처럼 보이지만,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AI 퍼스트는 기존 시스템 위에 AI를 입히며 재정렬하는 변화 전략이다. 이미 축적된 코드, 업무 관행, 고정된 절차를 기반으로 삼되 가능한 한 AI 중심으로 다시 쓰고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속도가 중심이며, 하루라도 빨리 레거시를 벗어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반면 AI 네이티브는 존재 방식 자체를 AI로 재정의한다. 기술 스택과 데이터 구조, 조직 운영 원리, 신규 프로젝트가 모두 처음부터 AI로 설계된다. 자동 확장·복구·튜닝을 내재한 구조를 기본값으로 삼으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AI 퍼스트가 변화의 가속이라면, AI 네이티브는 존재 구조의 재편에 가깝다.
국가는 이 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법률, 행정 절차, 데이터 체계, 인력 구조 등 수백 년간 누적된 방대한 레거시를 갖고 있으며, 이를 단숨에 AI 네이티브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행정 자동화, 공공 데이터 허브 표준화 등을 AI 퍼스트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장기 목표로는 국민 1인 1AI 에이전트 인프라, AI 퍼스트 규제 체계, 공공·민간 데이터의 자율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생태계 같은 AI 네이티브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이 일정 수준 누적되면 AI는 결국 공공 서비스의 기본권이 되고, 국가 역량의 기반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은 업력과 태생적 조건에 따라 전략이 더욱 명확하게 갈린다. 기존 시스템과 인력이 오래 축적된 기업은 AI 퍼스트 전략이 필수적이다. 기존 코드를 AI 기반으로 리팩토링하고, 운영·고객지원·재무를 자동화하며, PM(프로젝트 매니저)·디자인·개발의 조직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함으로써 ‘AI는 일을 하고 사람은 방향을 정하는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 반대로 신생 기업은 AI 네이티브로 출발해야 한다. 제품 설계부터 데이터·모델 접근 체계가 AI 기본 구조가 되고, 팀 전체가 프로덕트 엔지니어처럼 운영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AI 네이티브로 출발하는 기업은 초기 인력만으로도 글로벌 스케일을 상대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갖추게 된다.
개인의 전략은 더욱 본질적이다. AI 시대에는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PM 등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진다. 범용인공지능(AGI)은 기능을 대신하지만 문제 정의·철학·방향·책임은 인간에게 남는다. 그러므로 개인에게 필요한 생존 전략은 ‘프로덕트 엔지니어화’이다. 코드를 잘 쓰는 능력만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보는 시각, 데이터 설계 감각, AI와 협업하는 조율 능력, 특정 기술 스택이 아닌 제품 전체를 보는 책임감과 통합적 관점이 핵심이 된다. AI 시대의 핵심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관점에서 문제·사용자·데이터·시스템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다. 기능 중심이 아닌 목적 중심의 설계, 사용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경험을 이해하고 프레임 자체를 정의하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결론은 분명하다. AI 퍼스트는 선택이지만, AI 네이티브는 미래 그 자체다. 모든 국가·기업·개인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AI 퍼스트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고, 새롭게 구축되는 모든 구조는 AI 네이티브로 설계해야 한다. AI 퍼스트는 속도이며, AI 네이티브는 존재 방식이다. 이 두 축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얻게 된다.
신철호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데이터, 플랫폼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