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서울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복합개발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을 넘어 도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로드맵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여건을 반영한 추진 속도 조절과 정치적 변수 등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공공의 일관된 역할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13일 서울시 복합개발 사업에 대해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저이용·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주요 입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터미널 등 교통 혼잡 시설을 개선하려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내부순환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대형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실현 시점과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 없이 이상적인 구상만 나열되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복합개발은 교통 수용 능력, 사업비 부담, 공사 기간 중 불편, 주변 지역과 서울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산발적으로 계획이 쏟아지면 기대감만 키우고 나아가 신축 지역에 대한 가격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속도와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복합개발은 시장 여건과 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업 특성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정책 결정이나 정치적 변수 등 외부 요인으로 시장 혼란을 키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필요성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의사결정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과 공해 문제로 곳곳에서 추진되는 교통시설 지하화에 대해선 대규모 비용이 드는 만큼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도로 지하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용과 행정 절차”이라며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완공까지 최소 8~10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데, 서울시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인허가 지원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발 후 불거질 수 있는 불편 요소와 도시 전경을 해치지 않는 조화로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업무·상업 시설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교통 혼잡과 생활 불편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조경과 개방형 공공공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각 복합개발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개별 사업의 규모와 영향은 물론, 지역 단위와 도시 전체 차원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순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상징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도시를 위한 개발’로 접근해야 실효성과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