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 고도화와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이동성 회복이 맞물리며 공간과 도시의 사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거 중심이던 부동산 시장은 비주택과 콘텐츠, 커뮤니티, 전환형 공간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피데스개발은 이러한 변화 흐름을 반영해 ‘2026~2027년 공간 7대 트렌드’를 6일 발표했다. 이번 트렌드는 2025 미래주택 소비자 인식조사와 전문가 자문, 국내외 데이터 분석을 종합해 도출됐다. 피데스개발은 2009년부터 주거·도시·공간 트렌드를 정기적으로 분석해 발표해 왔다.
이번에 선정된 7대 트렌드는 △플랜 D △가현실강 △포린 로드 △팬터지 △커뮤니티 링 △늘젊존 △트랜스룸이다. 신축 주택공급 급감 이후의 공간 시장 확장과 가상과 현실의 관계 변화, 팬덤과 외국인 증가, 도시와 개인 공간 사용 방식 전환이 핵심 흐름으로 제시됐다.
최근 몇년 간 신축 주택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공간 시장은 기존 주거 유형을 넘어 ‘플랜 D’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중심의 플랜 A 이후 구축 아파트(플랜 B)는 거래 위축으로 대안 기능이 약화됐다. 비아파트(플랜 C) 시장 역시 전세사기 여파로 신뢰가 흔들렸다. 이에 따라 수요는 오피스텔과 숙박시설, 서비스드 레지던스, 데이터센터, 복합 비주택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퇴 이후 평형을 줄이고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니어 다운사이징 수요도 같은 흐름에서 나타난다. 시장은 더 이상 플랜 B나 플랜 C로 흡수되지 않는 구조에 진입했다.
기술 발전과 콘텐츠 산업 고도화는 공간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가현실강’은 가상 콘텐츠와 세계관이 현실 공간으로 내려와 장소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현상이다. 온라인에 머물던 IP와 스토리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과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수 일대 체험형 콘텐츠 공간처럼 공간은 입지보다 세계관 완성도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AI 기술은 이러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운영체제로 작동하고 있다.
외국인 이동성 회복은 도시 공간의 새로운 동선을 만들고 있다. 2025년 11월 누계 기준 외국인 입국자는 약 1802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외국인은 단순 관광을 넘어 전시와 문화시설, 지역 콘텐츠를 중심으로 체류형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동 경로는 숙박과 문화, 상업시설 수요를 동시에 자극하며 ‘포린 로드’로 형성되고 있다.
팬덤은 공간 소비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 ‘팬터지’는 팬덤이 모이는 공간이 지역에 활력을 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관중 수가 연간 1200만 명을 넘어서며 팬덤의 이동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팬덤은 단발성 방문이 아닌 반복적 체류와 소비를 통해 지역을 목적지로 바꾸고 있다.
아파트 경쟁력의 중심은 시설이 아니라 운영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링’은 인접 단지들이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연결해 공동 이용하는 방식이다. 단지별 과도한 시설 경쟁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모델이다. 생활권 단위로 커뮤니티 인프라가 재편되며 도시 운영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늘젊존’은 특정 연령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일상 동선과 평면, 조경을 통해 걷기와 오르기, 버티기 같은 기본 동작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도록 설계한다. 공간이 운동을 강요하지 않고 생활 자체를 루틴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공간은 고정된 용도를 벗어나 전환 가능성이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트랜스룸’은 하나의 공간이 취향과 몰입, 휴식, 재택근무 등 다양한 상태로 변신하는 개념이다. 개인 공간뿐 아니라 기능을 잃은 영화관이 체험형 시설로 전환되는 사례처럼 도시 공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공간 경쟁력은 얼마나 자유롭게 다른 역할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2026~2027년은 AI 영향이 일상과 공간 전반으로 확산되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70대에 진입하는 시기”라며 “소비자의 공간 선택이 입체적으로 전개되는 만큼 트렌드에 맞는 공간 상품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