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는 기업에 자본 흘러가는 구조 설계
UBS, 기후위험 통합 솔루션 개발
녹색 채권·ESG 투자 등 빠르게 확산

천연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있다. 알프스 아래 자리한 스위스는 석유도, 가스도, 희토류도 없다. 그러나 이 나라는 ‘자본의 흐름’을 에너지처럼 쓰는 법을 터득했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어떤 에너지와 기술로 돈이 몰릴지를 결정하는 힘을 손에 쥔 것이다. ‘광산’ 대신 ‘금융’을 파고, ‘원자재’는 없지만 원자재 거래 ‘표준’을 설계하는 등 스마트한 움직임으로 부유한 국가가 된 스위스가 현재 녹색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일 스위스 지속가능금융협회(SSF)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글로벌 자본이 모이는 금융 허브인 스위스는 금융으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전환 국면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탄소를 줄이는 기업에는 자본이 흘러가고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비용이 붙는 구조다.
스위스 대형은행 UBS는 지속가능성과 기후 위험을 신용·시장·유동성·비재무적 및 평판 위험 프레임워크와 같은 전통적 위험 범주에 통합하기 위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UBS는 기후 리스크를 개념적 원칙에 그치지 않고, 거래 단위 여신 심사와 포트폴리오 관리 단계에 직접 반영하는 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기업대출과 레버리지 금융에서 기후 관련 위험으로 인한 신용 손실 가능성을 식별·측정하기 위해 신용 부여 절차를 개편했다. 개인·기업 금융 분야에서도 거래 단위 신용 평가 과정에 후 위험 히트맵을 활용, 기후 관련 위험으로 인한 잠재적 신용 손실을 식별·평가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시장에서는 녹색 채권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후금융 상품 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SSF의 ‘2025 스위스 지속가능 투자 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스위스의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 총액은 전년 대비 13% 성장한 1조8810억 스위스 프랑(약 3400조 원)에 달했다. 특히 테마형 지속가능 투자, 기후연계 투자, 임팩트 투자 등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무자원국 스위스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이처럼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중심으로 시장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자원이 없는 대신 자본의 규칙을 장악하며, 탈탄소 시대의 보이지 않는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