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시장 개척해 사상 첫 1조 달러 무역흑자
베이징 열병식·G2 회담으로 외교 존재감 발휘
경제 불안·인사 숙청 등 국내 문제 우려는 여전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도 대외적으로 미국과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역 전쟁 재개 속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 삼아 관세 및 수출 통제 완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시장이 막히자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고, 그 결과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35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은 성장을 이어갔다. 대표적 사례가 딥시크다. 또 최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은 ‘반도체 굴기’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바클레이스의 맷 톰스 아시아·태평양 주식집행 책임자는 “내년이나 내후년 중국이 저렴하면서 경쟁력 있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딥시크 쇼크’와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무대에서도 시 주석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20여 명의 외국 정상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을 주재하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뒷받침할 중국의 하드 파워를 선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말 한국에서 시 주석을 만난 뒤 이를 ‘주요 2개국(G2) 회담’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세계 최강대국으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고자 했던 중국의 오랜 열망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이례적 표현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올해는 시 주석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해였다”며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는 1년 전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외 성과 이면에는 국내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내수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군부와 당 엘리트 깊숙이까지 미친 인사 숙청은 정치적으로 시 주석이 불안한 입지에 놓여 있음을 시사했다. 요르그 부트케 전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시 주석의 골칫거리는 대외 문제나 트럼프가 아니라 중국 경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겉으로는 선방했다. 대규모 부양책 없이도 수출 호조로 5% 안팎의 성장 목표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도 진전됐다. 하지만 투자 규모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며 소매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가장 부진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 11월 신규 주택 가격은 추가 하락했다.
정치적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시 주석은 다수의 장군을 숙청한 뒤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고위 관료들을 부패 혐의로 수사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올해 조사 착수를 발표한 전·현직 고위 관료는 63명으로 이전 최대 기록이었던 2023년의 50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앨프리드 우 교수는 “중국에는 국내적으로 훨씬 더 많은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내부 도전에도 시 주석은 무역 전쟁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전략적이고 선견지명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정책 방향을 바꿀 동기는 없어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