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유통 시 손해액 5배 배상·과징금 10억 부과
민주 "피해자 구제 안전장치"…국민의힘 "표현의 자유 침해”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명명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12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범여권의 토론 종결 동의로 표결에 부쳐졌다. 민주당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의미를 부여한 반면,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슈퍼 입틀막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77인 중 찬성 170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유튜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 및 유튜버 등이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의도적으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증명이 어려운 손해도 5000만 원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법원 판결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관련 취득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인종·성별·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집단에 직접적인 폭력·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조장해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정보도 불법 정보로 규정해 유통을 금지했다. 비방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날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최수진 의원이 자정을 넘겨 발언을 마친 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오전 0시 7분부터 낮 12시 30분경까지 약 12시간 15분간 찬성 토론을 이어갔다.
노 의원은 "이 법은 허위 조작 정보로 인해 삶이 파괴되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악의적인 허위 정보 유통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수진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국가가 자의적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해 최대 5배의 배상을 물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송두리째 흔드는 '슈퍼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장외 공방도 치열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언론사의 사설과 칼럼, 논평에 담긴 의견까지 반론보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사실상 '신(新) 보도지침'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이정헌 원내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지만 한 개인의 인격과 삶을 파괴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한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사회를 맡았다. 우 의장은 "부의장이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사회권을 거부하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