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금 대신 보험에 투자(?)...지자체 출연기관 중도해지 손실 눈덩이

입력 2025-12-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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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중 최대 90%까지…예금 대신 장기 보험에 묶인 공공기금
중도 해지로 수천만 원 손실 발생…결국 메운 건 지방재정
“예금자 보호도 없고 유동성도 취약”…제도 사각지대 방치 지적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이광희 의원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이광희 의원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출연기관들이 기금 자금을 장기 보험상품에 과도하게 예치했다가 중도 해지 손실을 떠안고, 그 부담은 시민 세금으로 메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없고 유동성도 떨어지는 보험상품에 공공기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비중 최대 90%…공공기금의 ‘보험 쏠림’ 실태

24일 본지가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각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금융상품 운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인재육성재단과 장학회 등은 전체 기금의 절반 이상을 보험상품에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북 지역 8개 시·군 장학재단의 기금 운용 현황을 보면, 전체 자산 1036억 원 중 보험상품 예치액이 525억 원(50.7%)에 달했다. 특히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은 기금 110억 원 중 100억 원(90.9%)을, 증평군장학회는 78.7%, 음성군장학회는 79.7%를 보험상품에 맡겼다.

일부 재단은 예금 비중이 10%에 못 미치는 구조다.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고 단기 운용이 가능한 정기예금 대신 5~10년 만기의 보험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충북도내 시군 장학재단 기금운용 현황. (자료=이광희 의원실)
▲충북도내 시군 장학재단 기금운용 현황. (자료=이광희 의원실)

중도 해지 손실 현실화…2년간 5000만 원 가까이 증발

문제는 이런 보험상품이 중도 해지되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인재육성재단의 경우 2022년 금융상품 해지 손실 614만 원, 2023년 4369만 원 등 2년간 4983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화생명 즉시연금보험(5년 만기)과 푸본현대보험 저축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과정에서 해지 공제금과 이자 환수분이 그대로 손실로 처리된 것이다. 장기 계약 구조상 일정 기간 이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다.

결국 이 손실은 재단 자체 수익으로 메워지지 못했고 지자체 출연금과 기금 보전 형태로 보완됐다. 사실상 시민 세금으로 보험 해지 손실을 메운 셈이다.

보험상품은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거나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고, 계약 기간이 길수록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공기금 운용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경남 지역 출자·출연기관 자료도 살펴보면 동일 기간 정기예금은 연 3~4%대 금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반면 보험상품은 1%대 금리에 묶이거나 중도 해지 시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같은 운용 방식이 법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방계약법은 지출·수입 계약을 규율할 뿐 출연기관의 자금 운용 방식 자체에는 직접적인 통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에서는 보험상품 가입이 수의계약 형태로 반복되거나 운용 기준 없이 장기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중도 해지 손실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구조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광희 의원은 지자체 공공기금의 수의계약 관행을 차단하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계약 시 일반경쟁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융상품을 ‘계약’이 아닌 ‘자금 관리’로 해석하는 관행 때문에 입찰 절차 없이 수의계약이 이뤄져 왔다”며 “제도의 둑이 허술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며 누군가는 과도한 실익을 얻을 유인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재단들 “저금리 시기엔 예금보다 유리…고정금리·원금 보전 고려”

논란에 대해 해당 재단들은 공통적으로 "저금리 시기여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천시 인재육성재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단은 2018년 설립됐고, 보험상품 가입은 재단 출범 이전 제천시가 자산을 직접 운영하던 시기부터 시작됐다”며 “2019년 전후 시중 금리가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1금융권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의 이율이 2.6~3%로 예금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도 해지 손실에 대해서는 “기존 보험상품 금리가 2.1~2.2%대였는데 이후 4% 후반대 고금리 상품이 나오면서 갈아타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며 “단기 손실은 있었지만 만기 수익률 기준으로는 더 유리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또 “전문 자산운용 컨설팅 결과 운용 자체가 크게 잘못됐다는 판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증평군 장학회 측도 유사한 설명을 내놨다. 장학회 관계자는 “정기예금이 42%, 연금·즉시보험 상품이 58% 수준”이라며 “주거래 은행인 농협을 통해 가입한 상품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고 고정금리(4%·3.65%)를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 금액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면 금리가 2.6% 수준에 불과했다”며 “코로나 시기까지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큰 금액을 맡겨도 1%대 금리밖에 받지 못해 은행 권유로 보험상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금리가 안정된 만큼 향후에는 예금 중심으로 운용 비중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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