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 원팀 이뤄 글로벌 확장 모색해야”

현대로템이 글로벌 거점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수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철도 차량을 단순히 수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외교·금융·인프라를 아우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조일연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철도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전략 토론회’에서 “철도 차량을 설계·제작해 일회성으로 수출하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K-철도의 전반적인 콘텐츠를 수출하고, 진출 국가의 철도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해외 시장 공략의 핵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조 본부장은 “미국은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중심으로 강력한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전 자격 요건을 갖춘 기업만 입찰을 허용하고 있다”며 “현대로템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미국 캘리포니아에 철도 차량 전장품 생산 공장을 건설해 현지 역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9월 준공한 ‘현대로템 스마트 일렉트릭 아메리카(HRSEA)’ 공장은 현지에 납품되는 철도 차량 전장품을 생산하고, 사후 고객서비스(CS) 관리와 신규 전장품 후속 사업을 진행한다. 해당 공장은 현대로템의 첫 미국 생산 기지다. 현대로템은 내년 입찰 예정인 뉴욕 지하철을 필두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역시 현지 생산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현지 부품 공장을 건설하고 국내 부품사의 동반 진출을 통해 현지 생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중앙아시아에서는 고속철 차량을 첫 수출한 우즈베키스탄을 거점으로 수출 차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에서는 2월 모로코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027억 원 규모의 2층 전동차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0월에는 30년간의 유지보수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조 본부장은 “일회성 납품이 아닌 장기적 파트너십의 서막”이라며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형 고속철도의 현지 진출을 추가 협의 중이다”라고 했다.
조 본부장은 K-철도의 글로벌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와 유럽의 높은 진입장벽을 꼽았다. 중국 공기업이자 세계 최대 철도 차량 제작사인 중국철도차량공사(CRRC)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모든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펴고 있고, 유럽 선진 업체들은 제도적·기술적 진입장벽을 통해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증 시험 인프라 부족 문제도 언급됐다. 유럽 철도 운영 호환 기준(TSI)의 경우 국내에서 인증 시험을 수행하지 못하면 모든 부품과 완성차를 유럽 현지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든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오송 시험선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시험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게 굉장히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해외 철도 입찰에서 금융 지원 조건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기반으로 한 매칭 금융 기능 없이는 경쟁국 기업들의 금융 제안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G2G(정부 간 거래) 차원의 수주 지원과 외교 채널 강화가 상당히 중요해지며 정부 간의 협력·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발주국의 고위층을 국내로 초청해 국제회의나 학회 등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K-철도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