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국민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은 331개. 10년 전인 2013년(272개)과 비교하면 21.7% 증가했다. 국민 1명이 사실상 하루 1개꼴로 달걀을 섭취하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달걀 값은 물론 품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닭 사육 환경 등 생산 과정, 이른바 '동물복지' 선호도가 커지는 배경이다.
아시아태평양 소비자 조사기관인 GMO 리서치가 지난해 한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5%(157명)가 식당, 소매업체, 포장식품 기업 등이 동물복지 환경에서 사육된 암탉이 낳은 달걀을 공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67.0%(134명)는 동물복지 달걀을 사용하는 식픔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산하기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축산농장 중 대상 동물이 본래 습성 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경우 '동물복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닭뿐 아니라 소, 돼지, 오리, 염소 등도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닭의 경우 최소 난각번호 1번(자유방목 사육)·2번(축사 내 평사 사육)에 해당해야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갖춰진다. 당장 케이지 사육에 비해 생산비 규모가 급증한다. 그 밖의 조건도 까다로워 일반 농가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인증을 받은 달걀값은 시중에서 일반 가격보다 대략 2배 이상 높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최근 달걀 판매 흐름에서 나타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 달걀 판매량은 올해 1~4월 기준 전년 대비 6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난각번호 3번(개선된 케이지 사육·마리당 사육 면적 0.075㎡ 이상)과 같이 4번(기존 케이지 사육·마리당 0.075㎡ 이상)에 비해 사육 환경이 나아진 경우도 제품명에 동물복지'형'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축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 녹색 채소 등 좋은 모이, 해충 제거 및 깃털 정리에 도움이 되는 모래목욕까지.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은 영양과 맛에 차이가 있을까. 업계 등에 따르면 아쉽게도(?) 산란계 사육 환경 자체가 달걀의 영양 성분에는 그다지 영향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한산란계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달걀의 영양, 맛 등 품질은 닭 사육 환경과 별로 상관이 없다"면서 "닭이 어제 낳은 달걀을 오늘 먹는 게 가장 신선하다"고 했다.
다만 "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부분을 예전보다 더 따지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런 마인드가 있으면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사는 것이고, 경제적인 부분을 더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난각번호 3~4번 달걀을 사더라도 영양 등의 측면에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기자 주변의 달걀 소비자들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기자가 공무원, 직장인 친구 등에게 관련 의견을 묻자 "그래도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달걀 품질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맛 차이는 모르겠지만 모체로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은 달걀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지 않겠나"라며 "몇천 원 정도 차이라면 농가가 고생해서 정부 인증을 받은 달걀을 우리 아이에게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도 "다 먹어봤지만 맛은 구별 못 한다"면서도 "동물복지 달걀만 사 먹는 건 아니지만 고급 달걀을 먹는다는 기분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