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건국대병원 공동연구팀, ‘인공와우 수술’ 혁신 기술 발표

입력 2025-12-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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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 어려운 환자 대상 국소마취 가능성 검증…X-ray 없이 무선 전극 위치 확인 기술 검증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좌),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우)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좌),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우)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은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공와우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듦에 따라 달팽이관(와우)을 포함한 청각기관의 퇴행으로 점차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질환으로,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40% 이상이 노화성 난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난청이 치매와 관련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지면서 난청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보청기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청각 재활 방법이다. 인공와우는 손상된 달팽이관 대신 청신경을 직접 전기 자극해 소리를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수술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이식하게 된다.

인공와우 수술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하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고령 환자는 전신마취 시 수술 후 회복 지연, 인지기능 저하, 섬망 등의 위험이 커, 국소마취 하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연구팀은 전신마취가 위험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국소마취만으로도 안전하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2021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인공와우 수술 980건 중, 전신마취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환자 16명(평균 연령 65세)을 대상으로, 17건(한 명은 양측 수술)의 국소마취 수술을 시행했다.

국소마취를 권고한 경우는 △전신마취 시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전신 상태가 취약한 환자 △전신마취 후 섬망 발생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 △국소마취를 선호하는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전신마취를 거부하는 환자 등 크게 네 가지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소마취 방법을 적용했다. 외이도와 귀 뒤 절개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고,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제는 기본적으로 투여하지 않았다. 수술 시간은 한쪽 귀당 1~1.5시간으로 제한했다.

분석 결과 17건 중 16건(94.12%)에서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1건은 수술 전 경도 인지장애가 있던 고령 환자로, 수술 중 행동 문제가 발생해 전신마취로 전환됐다. 수술 관련 사망이나 주요 합병증 또한 발생하지 않았으며, 안면 마비, 미각 장애,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소마취를 시행한 가장 많은 경우는 멜라스(MELAS) 증후군으로 5건(29.41%)이었다. MELAS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전신마취 후 근육 긴장도 회복 지연, 대사성 산증, 호흡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커 국소마취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어 80세 이상의 고령(4건), 심한 허혈성 심장질환(3건) 등의 순이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교신저자)는 “그간 대부분 전신마취로 행해졌던 인공와우 수술이 국소마취로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며 “특히 전신마취가 어렵거나 전신마취 후 합병증이 우려되는 환자들에 대한 정밀의료적 접근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한 방사선 피폭 없이 전극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검증에도 성공했다.

인공와우 수술의 성공은 전극이 달팽이관 내에 얼마나 정확하게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청신경에 더 가까이 위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얇은 와우축 전극’은 보다 정확한 자극을 통해 청력 회복 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가늘고 유연하다는 특성상 삽입 중 ‘전극 끝말림(Tip Fold-Over)’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전극이 꺾이면 청력 회복 효과가 떨어지고 어지럼증, 이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중 전극 위치 확인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수술실에서 엑스레이(X-ray)를 촬영해 확인했으나, 마취 시간을 연장하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었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정상 달팽이관 구조를 가진 환자 98명(134건)을 대상으로 SmartNav의 효과를 평가했다. SmartNav는 수술 중 전극들 사이의 전기신호를 측정해 전극이 제대로 배치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선 측정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모든 환자에서 SmartNav로 전극 위치를 확인한 후 X-ray로도 촬영해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X-ray에서 전극 끝말림이 확인된 8건(6.0%)을 SmartNav가 모두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민감도 100%). 특히, X-ray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꺾임까지 발견했으며, 정상 배치를 정상으로 판단한 비율(특이도)도 99.2%로 매우 높았다. 평균 측정 시간 역시 기존 X-ray 촬영 시 11분 18초에서 3분으로 크게 단축했다. 또한, SmartNav는 국소마취 수술, 재수술 환자에게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특히 선천성 내이 기형 중 하나인 와우 신경결손 환자에게서도 신경 반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제1저자)는 “X-ray 노출 없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음을 밝혀낸 연구”라며, “실시간으로 전극 배치를 확인해 문제를 즉시 교정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국제학술지 ‘오톨로지 앤 뉴로톨로지(Otology and Neurotology)’,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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