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확대 속 이사회 위축등 부작용 우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주주행동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주주행동주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 의뢰한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주주활동은 활발해졌으나, 현행 법·제도상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2020년 10개 사에서 2024년 66개 사로 급증했다.
주주행동주의가 늘면서 ‘주주제안’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총 42개 상장회사에 16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됐는데, 이는 전년도 137건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개인투자자 증가를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원인으로 들었다. 2019년 약 600만 명이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1410만 명으로 2.4배 급증했다.
여기에 개인주주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결집한 것도 주주활동을 촉진했다. 현재 양대 소액주주 IT 플랫폼의 가입자는 16만5000명에 달한다.
최 교수는 주주들이 결집 정도에 따라 최대주주와 동등한 위치에서 설 수 있게 됐고, ‘목표기업’을 상대로 이해를 관철시키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헤지펀드 역시 대규모 자금을 지분 확보에 투입하는 대신, 여러 주주세력과 연계해 손쉽게 행동주의를 전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변화가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련의 상법 개정에 이어 현재 발의된 ‘자사주 의무소각’ 및 ‘권고적 주주제안’ 법안까지 통과되면, 자기주식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해지고, 이사회 재량으로 결정할 안건도 ‘권고적 주주제안’ 명목으로 주총에서 다뤄야 해서다.
또 주주총회가 주식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 이슈를 둘러싼 주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주주행동주의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을 통해 현재의 증시 활성화 분위기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이사후보 추천 주주제안과 관련해 최대주주처럼 일반주주가 추천하는 이사 후보자도 상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사의 독립성은 추천인이 누군지에 상관없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 일반주주 추천 후보자는 추천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정도만 기재해서다.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법·불법에 관한 사전 감시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일부 주주들이 현재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서 별다른 신고 없이 위임장을 모으는 사례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연대한 주주행동주의에도 주식 대량보유 신고(5%룰 적용) 제도와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 관련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공정 거래나 허위정보 유포 등의 시장 교란행위를 막는 감시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업도 이사회 운영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선해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나,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후보 양자 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사전에 공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