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평 최첨단 클린룸...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
700평 규모 자재관리실에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
MFR, CMS 등 대표 수출 제품 산실

지난 12일 방문한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소재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제조동 1층으로 들어서자 에어샤워실 건너편에 약 500평 규모의 무진동 청정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창 너머로 흰색 방진복과 방진모, 정전기 방지 팔찌를 착용한 직원 30여 명이 전자광학 장비 조립에 몰두하고 있었다. 소형무장헬기와 중고도무인기,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표적 추적 장비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 무진동 청정실은 주변에 차량이 지나가는 정도의 미세한 진동으로도 자칫 렌즈 정렬이 잘못될 수 있어 정밀 진동 기준 VC-D등급, 즉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설계가 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약 2800억 원을 투자해 최첨단 K방산 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했다. 신사업장 부지는 2만7000평 규모로, 기존 1만 3630평 규모 사업장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구미 신사업장 확장에 나선 배경에는 급격히 늘어난 방산 수출 수요가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올해는 이라크에 조 단위의 천궁-II MFR를, 필리핀에는 해군 함정 13척에 탑재되는 순수 국산 전투체계를 수출했다. 전시 상황이나 글로벌 위기 발생 시에도 안정적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전용 사업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무진동 청정실과 전자광학 청정실, 송수신모듈(TRM) 조립·시험장을 합쳐 총 1500평 규모의 최첨단 클린룸을 구축했다. 국내 방산 업계 최대 규모다. 박혁 한화시스템 레이다사업센터장은 “온도, 습도, 진동에 취약한 핵심 부품들이 있다. 최적의 환경에서 고성능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로 청정실을 구축했다”면서 “생산용량(캐파) 확대를 떠나서 공정 개선과 자동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제조동에 위치한 약 700평 규모 자재관리실에서는 로봇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재를 테트리스처럼 쌓고 옮기고 있었다. 이곳에는 물류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오토스토어, 자율이동로봇 AMR(Autonomous Mobile Robot)가 시범 운용 중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품질 안정성과 재고 정확도 향상, 물류 효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습도 민감도 및 정전기 방전 대응으로 품질 관리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장의 핵심 생산 품목 중 하나는 함정 전투체계(CMS)다. CMS는 레이더와 소나, 전자전 장비 등 함정의 모든 센서를 통합해 전투 상황을 판단하고 지휘하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해군 함정 99%에 CMS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자동 교전과 자율 운항 기능까지 기술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미 신사업장 확장을 계기로 CMS 생산과 시험, 검증을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되면서 해외 수출 대응 능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기능레이다(MFR) 생산 역시 이번 확장의 중심에 있다. MFR은 천궁-II 요격체계의 핵심 장비로,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눈’ 역할을 한다. 신사업장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자동화 TRM 조립·검사 라인이 구축됐다. MFR 생산 능력이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 신사업장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사격통제시스템(FCS) 생산의 핵심 거점이기도 하다. 사격통제시스템은 표적 탐지부터 탄도 계산, 포신 조준과 발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장비로, 전차와 자주포의 명중률을 좌우한다. 한화시스템은 폴란드에 수출되는 K2 전차 180대 분량의 사격통제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집트에는 K9A1 자주포와 K11 사격지휘장갑차에 탑재되는 사격통제·사격지휘체계를 공급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도 신사업장이 갖는 또 다른 의미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준공식 기념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구미 신사업장 확장은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요구되는 생산 속도와 품질, 위기 대응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CMS와 MFR, 사격통제시스템을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방산 제조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