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청약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계약 단계에서 빠르게 소진되는 이른바 ‘청약 저조·계약 완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순위 청약 경쟁률만으로 분양 성패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수도권에서는 청약 단계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계약 과정에서 수요가 몰리며 완판된 사례들이 잇따랐다. 4월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7대 1에 그치며 청약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계약이 이어지며 7월 전 가구 계약을 마쳤다.
같은 달 분양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시티오씨엘 7단지’ 역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약 3.43대 1로 낮은 편이었으나 계약 단계에서 수요가 유입되며 8월 초 완판됐다. 청약 경쟁률이라는 지표와 실제 계약 수요 간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규제 환경 변화와 가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성남·과천·광명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규제가 확대되면서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울 접근성이 확보된 인접 지역이나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도 기분양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수도권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1년 2089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2808만 원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10월에는 3017만 원으로 3000만 원 선을 넘어섰다.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이미 가격이 확정된 단지의 상대적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자재비 부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안전관리 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향후 분양가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 단지들이 공급되고 있다. 중흥토건은 경기 구리시 교문동 딸기원2지구 재개발을 통해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총 1096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면적 59·84㎡ 637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지구에서는 ‘시티오씨엘 8단지’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46층, 총 1349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수인분당선 학익역(예정)과 인접해 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 한강시네폴리스 산업단지 인근에서는 KCC건설이 ‘오퍼스 한강 스위첸’을 공급 중이다. 총 1029가구 규모로 일부 가구에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 경쟁률은 참고 지표일 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수요가 단지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며 “입지와 가격, 상품성이 명확한 단지는 청약 성적과 무관하게 빠르게 소진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