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탈USA 통해 미 해군 함정 시장 진입 기대
한화 "협력 통해 상호 발전적 미래 구축"

호주 정부가 한화그룹의 오스탈(Austal)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한화의 미국 군함 시장 공략이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12일 호주증권거래소(ASX)에 따르면 오스탈은 이날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와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이 한화의 지분 확대 신청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승인으로 한화그룹은 올해 3월 확보한 오스탈 지분 9.9%를 19.9%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패디 그레그 오스탈 최고경영자(CEO)는 “차머스 재무장관이 결정을 내렸고, 회사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지분 인수 주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오스탈 인수를 위해 올해 2월 설립한 호주 합작 자회사 ‘HAA No.1 PTY LTD’다. 이 회사는 3월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매입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분 9.9%를 총수익스왑(TRS) 형태로 간접 보유했다. 그러나 이날 지분 확대 승인으로 TRS 계약 지분을 직접 보유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면서 한화그룹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타타랑 벤처스를 제치고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화그룹은 2021년부터 한화오션을 통해 오스탈 지분 인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과 호주 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오스탈이 인수를 거절하면서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이후 한화그룹은 전략적 협업을 위한 지분 취득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 과정에서도 입장차가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오스탈 지분을 100%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는데, 오스탈이 CFIUS에 지분 인수 상한에 대해 재확인을 요청하면서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8월에는 호주 정부가 오스탈과 ‘전략적 조선 협약(SSA)’을 체결하면서 자국 조선·방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내놓자, FIRB 심사도 장기화되는 분위기였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 인수에 공을 들여온 이유는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다. 오스탈은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외에도 미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조선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오스탈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국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호주 정부가 SSA를 통해 자국 조선사업 진출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한화그룹이 오스탈USA를 발판으로 미국 군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넘어 함정 건조 사업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호주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잘 협력해 미국 사업 등 상호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