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비나에 금전대여·출자전환·채무보증 집중

효성화학이 올해 하반기 베트남 자회사(효성비나케미칼)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이 해외 전략 기지로 육성한 베트남 공장이 업황 부진과 가동 차질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모회사인 효성화학이 사실상 직접 구제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이 올해 하반기 효성비나케미칼에 지원한 금전 대여와 유상증자, 채무보증 규모는 총 1조3422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전 대여 1586억 원, 채무보증 잔액 8685억 원, 7월 유상증자 금액 3151억 원을 합한 수치다.
특히 채무보증에는 전날 효성화학이 공시한 효성비나케미칼 차입금 736억 원에 대한 883억 원의 보증 내용도 포함됐다.
채무보증은 자회사가 운영 자금 조달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모회사가 대신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모회사의 자금이 실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회사가 돈을 갚지 못하면 대신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대표적인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효성화학의 계열사 보증 총액(약 9355억 원) 중 효성비나케미칼의 보증 잔액(8685억 원)은 93%에 달한다. 이는 효성화학 자기자본의 약 241% 수준이다. 자회사의 금융부담이 모회사의 신용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효성비나케미칼은 2018년 베트남 호찌민시에 설립된 효성그룹 계열사다. 주로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 화학제품과 액화가스 생산 부산물을 제조한다. 과거 효성그룹이 액화석유가스(LPG)부터 PP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 베트남을 그룹 전략 기지로 점찍으면서 설립된 생산 기지다.
그러나 베트남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직후 석유화학 업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의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효성비나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PP는 공급 과잉 심화와 원료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지속됐다. 더불어 생산 차질 문제로 가동 중단과 보수 작업이 반복돼 수익성이 저하됐다.
대규모 화학단지 특성상 고정비 부담도 크다. 효성화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효성비나케미칼은 올해 3분기 건물과 기계장치 구축물, 공기구 비품 등 자산 항목에서 총 900억 원에 가까운 감가상각이 발생했다.
감사기관 PwC 베트남에 따르면 효성비나케미칼은 1조507억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으며, 단기부채가 단기자산을 1조2124억 원 초과한 상태다.
이에 현지 금융기관들은 차입 만기 연장 조건으로 모회사 보증을 요구하고, 효성화학도 대여금과 보증을 제공하며 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회사인 효성비나케미칼의 자금 부담을 모회사인 효성화학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하면 효성화학의 재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업황 부진에서 비롯된 문제라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모회사 지원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지만, 재무 리스크를 고려하면 중장기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