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회계법인들은 내년 국내 산업이 '정부 정책'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축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반도체·전력·방산 등 국가 전략 산업은 구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철강·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산업은 공급 과잉과 수익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종합한 내용에 따르면 내년 국내에서 성장이 가장 기대되는 업종은 AI·반도체·바이오·방산·조선 등의 업종이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AI, 바이오, 방산·조선, 원자력·SMR(소형모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로봇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요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역시 '2026년 산업 지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방산, 조선업은 더 이상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닌 국가의 전략 자산"이라며 정부의 육성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삼정KPMG는 '2026년 경제 및 산업 전망' 보고에서 반도체와 화장품(K-뷰티)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마트폰·조선·제약·항공 등 7개 산업은 '긍정적'으로, 디스플레이·에너지·건설·유통·보험 등 8개 산업은 '중립'으로 분류했다.
반면 구조조정과 수익성 압박이 커질 '흐림' 업종으로는 자동차·철강·해운·카드 등 6개 산업이 지목됐다. 삼정KPMG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 대해 "내년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소폭 둔화하는 가운데 친환경 전환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성장통'을 예고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기초소재 산업의 위기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Y한영은 "석유화학, 철강 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 공급 과잉 지속, 경쟁 격화 상황이 지속되거나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유지 여부가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정KPMG 역시 철강 산업의 경우 '공급과잉 속 수익성 저하'를, 석유화학 산업은 '정부 주도 대규모 구조조정 압력'을 핵심 리스크로 제시했다.
회계법인들은 산업 별 명암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결국 산업 지형을 재편할 핵심 동력은 기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Y한영은 "기술 중심 경쟁력이 단순한 경쟁력 확보를 넘어, 구조적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원천"이라며 "기술력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과 산업의 명암이 명확히 나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일PwC 또한 "2026년은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 깊숙이 파고드는 해가 될 것"이라며 "그 기술이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지 묻고 증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