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팡 상대 집단소송 추진⋯"실질적인 피해자 배상 끌어낼 것"

위험관리 의무규정 위반 근거
모기업 쿠팡 Inc 상대로 소송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법인 SJKP가 미국 델라웨어에 등록된 쿠팡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한다. 사진은 8일(현지시간) 뉴욕사무소 간담회를 통해 소송 계획을 발표 중인 김국일 경영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재미(在美) 한국계 로펌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쿠팡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한다. 쿠팡의 지배구조는 물론, 위험관리 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미(在美) 한국계 로펌 SJKP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모기업인 쿠팡 아이엔씨(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상장된 쿠팡 아이엔씨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SJKP는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현지 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국일 대륜 경영대표는 회견을 통해 "쿠팡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사법 시스템의 강력한 칼날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인 집단소송이 시작됐다. 쿠팡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미국에서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별개로 미국 소송은 독자적으로 진행된다"며 "한국이 소비자 피해 배상에 집중한다면 미국은 상장사의 지배구조 실패와 공시의무 위반을 다루는, 차별화된 소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한국 소송에 참여한 약 200명이 미국 소송에도 동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쿠팡 본사의 역할은 한국의 민사소송으로는 밝혀지기 어렵다"며 "미국 소송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의 관계에서 본사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인이 추가되는 대로 가급적 연내 미 법원에 소 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근거다.

실제로 미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은 2021년 7660만 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소비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T모바일은 합의금으로 3억5000만 달러(약 5100억 원)를 배상했다. 나아가 보안시스템 강화에 최소 1억5000만 달러 투자계획을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 선례를 토대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쿠팡의 지배구조·위험관리 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370만건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쿠팡을 상대로 국내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소송인단으로 모인 피해자만 20만 명을 웃돈다. 소송인단은 앞으로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